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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의료민영화 추진하는 우회 정책"

기사승인 2019.12.11  15: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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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국장… "국민 건강관리는 민간 보험사가 아닌 국가의 역할"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지난 2017년 11월부터 시행해온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지난 6일 발표, 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발표한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과 함께 민간보험회사들에게 건강관리서비스라는 미명 하에 질병의 예방‧관리‧상담‧재활까지 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서, 문재인 정부가 민간보험사 중심의 미국식 의료민영화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을 만나 금융위와 복지부의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들이 무엇이고, 어떤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 편집자 주

 

전진한 정책국장

먼저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이 무엇인지 말해달라.

건강관리서비스는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핵심 의료민영화 정책이다. 지난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건강관리서비스법’이란 이름으로 추진됐으나 의료민영화라는 여론의 뭇매에 폐기됐다가,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법 개정 없이 가이드라인으로 추진해 비판을 받았던 정책이다. 그런데 '문재인 케어'를 표방하고 있는 현 정부에서 똑같이 지난 2017년부터 금융위와 복지부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민간보험사들을 위해 더욱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과 건강관리서비스란 게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민간보험사들이 보험 계약자 등의 건강관리노력 및 성과에 따라 보험료 할인 등 혜택을 지급하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팔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민간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율을 낮출 수 있게 보험 계약자들의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잘 따르는 계약자들의 경우 보험금 지급을 받을 가능성이 떨어지는 만큼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당장은 보험 계약자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결국 보험회사의 건강관리지침이나 요구에 따르지 않는 보험 계약자의 보험료율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말 것이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어떤 문제점이 있는 것인가?

질병의 진단과 치료는 의료행위인 것이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질병의 예방과 관리, 상담, 재활 등도 치료행위와 분리될 수 없는 의료행위일 수밖에 없다. 만성질환의 경우는 관리 자체가 바로 치료 행위인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기업에서는 이들 예방‧관리‧상담‧재활의 영역을 건강관리라는 카테고리로 묶어서 보험회사 등 민간기업에서도 서비스 가능한 것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이 약만 주고 관리나 상담은 잘 안해주고 있는 현실이 작용하고 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1분진료 혹은 3분진료의 문제는 의료시스템의 공공적 개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국민건강보험법이나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까지 무시하면서 민간보험사들에게 의료행위인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은 붕괴된 시스템을 더욱 붕괴시키는 것일 뿐이다. 의료행위는 의료인이 의료기관에서만 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은 영리병원을 금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고 국민들이 지금껏 지켜온 그나마의 공적 규제인 것이다.

결국 의료민영화를 위해 다양하게 시도해왔던 법 개정 등이 가로막히자 가이드라인이라는 우회 통로를 통해 미국식 의료민영화를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법 개정 없이 민간보험회사들에게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 정부의 처사는 모두 불법일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규탄 발언을 하고 있는 전진한 국장.

어떻게 미국식 의료민영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인가?

미국에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라는 조직이 있다. 민간보험회사인데 산하에 병원을 소유하고 있다. 자본이 많은 보험회사가 '갑'으로써 '을'인 병원을 관리하고 있는 형태로 보험회사가 의사들의 진료행위를 일일이 간섭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통계자료를 통해 각 의사들의 진료행위들을 통제하기까지 한다.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환자들에 대한 필수의료서비스까지 제한하면서 미국에서는 '과잉진료'가 아닌 '과소진료'가 문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지난 2017년 11월 금융위의 가이드라인과 지난 5월 복지부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법 개정 없이 질병의 예방과 관리, 상담, 재활 등의 영역을 건강관리서비스라는 미명 하에 민간보험회사들이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심지어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에는 의료인의 지도와 감독 아래 치료 목적의 행위까지 민간보험회사에서 제공 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

실제로 이미 삼성화재에서는 마이헬스노트라는 어플을 통해 강북삼성병원 당뇨 전문의와 1:1 상담을 연결해주는 보험상품을 내놓았으며, 롯데손보에서도 ‘주요 전문의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민간보험사가 병원 의료진과 함께 질병상담을 하고 치료까지 연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들은 '환자유인알선' 행위로 모두 현행법 위반이다.

문제는 이렇게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영리병원에 반대하고 있는 국민들 몰래 야금야금 의료민영화 정책을 법 개정 없이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바뀐 내용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금지해오던 건강관리기기(의료기기)를 보험가입 시 먼저 제공할 수 있게 한 것과 헬스케어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게 만든 것, 그리고 기초통계 수집기간을 기존의 5년에서 15년으로 확대한 것 등이다.

이번 개정안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는 식약처 허가와 함께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아야 한다. 아마도 민간보험사에서 제공하게 될 건강관리기기들은 식약처 허가만 받은 제품들일텐데 대부분 그 효과는 검증되지 않은 기기들이다. 결국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기기들의 사용을 통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만 늘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민간보험사가 자회사를 두고 건강·질병관리를 하는 것은 미국식 의료모델로 가는 단초이다. 자회사 질병관리 대상을 민간보험사 가입자를 넘어 일반 대중 대상으로 확대해주겠다는 계획도 그 일환이다. 보험사가 질병관리를 매개로 의료 전반을 손쉽게 장악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당초 본 기사는 '민간보험사들의 자회사 설립을 허용함으로써 의료기관과의 계약을 통한 연계와 함께 미국식 의료민영화의 단초를 마련한 셈이기도 하다.'는 내용이었으나 민간보험사의 자회사 설립 허용이 의료기관과의 계약을 허용한 것은 아니고, 비슷한 모델로 진행되는 단초일 뿐으로 독자들의 오해를 살 염려가 있다며 인터뷰이가 수정을 요청해왔기에 해당 부분을 바로 잡습니다. 편집자 주 )

마지막으로 기초통계 수집기간을 15년으로 늘린 것은 보험계약자들이 보험사에 건강관리정보만 제공한다면 15년 동안 건강관리 지표상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보험료율 인하 등의 혜택을 계속해서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언뜻보면 보험계약자들에게 유리할 수 있는 정책 같기도 하지만 결국 보험회사들이 손해를 보면서도 현재 법으로 금지돼 있는 개인건강정보를 취합하는 것이 보험회사들의 장기적인 수익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다시 한 번 웅변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구호를 외치고 있는 전진한 국장(오른쪽에서 1번째)

'환자유인알선'이나 '의료행위 침해' 등 불법적인 상황에 대해 현재 의협은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가?

건강관리서비스가 의료 붕괴와 자본지배를 일으킨다며 반대 입장을 낸 바가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의사들이 상업화된 의료체계에서 과잉진료와 영리행위에 몰두해왔고 국민건강증진에는 매우 부족한 역할을 하면서 이런 빌미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자기반성도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마디로 참담하다. 질병의 예방과 관리, 상담, 재활 등의 건강관리는 당연히 보건소와 병의원, 약국이 국민건강보험재정으로 해야 할 역할임에도 정부는 지금 국민 건강을 관리할 책임을 방기하고 민간 기업에 떠넘기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보험회사들이 국민들이 스스로 건강관리노력을 잘 했는지 판단해서 그 결과에 따라 보험료율 할인 등의 보상을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과연 개혁정부라는 문재인 정부가 나서서 할 일인지 잘 생각해보아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며, 국가가 사회정책으로 마땅히 시행해야할 기본적 복지를 각자도생으로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보낸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미국식 의료민영화 체계의 완성이다. 시민들이 분노할 것이다

이인문 기자 gcnewsmoon@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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