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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기자에게

기사승인 2019.12.10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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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고] 건치신문 김철신 전 편집국장

 

벌써 5년이 되었네요. 건치신문의 편집장을 맡은 지가 말입니다. 그동안 참 많이도 언성 높이며 다툰 것 같은데 막상 관두려니 Z기자 생각이 가장 많이 납니다.

몇 안 되는 사람이 별 다른 지원도 없이 매일 기사를 쓰고 신문을 만들어야 하니 답답한 일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사건을 다뤄야할 지 결정하고, 취재를 통해 사건의 내용과 쟁점을 짚어내는 일, 그리고 신문에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다루어서 전달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많은 고민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비록 신문사가 작고, 다루는 영역이 좁더라도 그 고민과 갈등까지 작지는 않았습니다. Z기자가 사사건건 이의를 제기하고, 다투어준 점 그때는 싫었지만 지금은 참 고맙습니다. 항상 긴장하고, 나의 생각과 관점을  돌아보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큰 사고 없이 편집장을 마치게 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새로 오는 편집장한테도 ‘강하게 조금 더 강하게’ 반박하고 거칠게 대해주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건치신문이 작고 좁은 분야의 치과전문지 일지라도 저는 참 소중한 언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보건의료운동에 종사하는 많은 단체와 활동가들, 그리고 건강한 세상을 바라는 이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은 우리뿐이라고 감히 자부했기 때문입니다. 그 신문사의 편집장이라니, 참 잘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역량도 부족하고, 지원을 해줄 자원도 부족했습니다. 그런데도 Z기자는 다른 커다란 언론사의 기자들보다 잘해내어 주었습니다. 언론에 대한 수많은 비판이 고조되는 요즘은 더욱더 확신합니다. 참 많이 고맙습니다.

아쉬운 점도 참 많습니다. 치과계를 대표하는 치과의사협회 회장 선거취재가 생각납니다. 동문회가 어떻고, 바이스가 어떻고, 누구는 쫌생이네, 누구는 누구랑 친하네 하는 소리들만 들려 답답했을 때, 편집국회의에서 제대로 된 업무역량을 평가해보고자 토론회를 개최해보자고 했던 일 말입니다. 치과계의 수많은 쟁점들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가 후보의 인간관계보다 중요한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우리 Z기자의 온갖 노력과 설득에도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가며 회피하던 후보들 때문에 실망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끝까지 애쓰며 설득하던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거부한다고 내버려두는 것은 건치신문 답지 않은 일이니까요.

또한 구강보건의료를 다루는 관계자들 특히 복지부 관료들의 무책임하고, 어이없는 행동들에도 속상했습니다. 아주 매섭게 질타하고 비판하고, 욕도 해보자고 Z기자와 함께 야심차게 기획을 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한동안은 욕할 사람과 전담조직이 보건복지부에 존재하지도 않았고, 전담 조직이 생긴 후에는 참 짠하게도 욕할 가치가 없게 굴었기 때문이었지요. 욕을 해도 알아먹지를 못하니 욕하는 사람도 힘이 빠지는 것이지요. 좀 더 제대로 해볼 걸 아쉬워요. 워낙 일이 많으니 Z기자가 힘들어 했던 것도 기억납니다. 의욕도 별로 안 생겼겠지요. 대답 없는 메아리에다가, 욕해도 기분 나빠 할 줄도 모르고, 구강보건을 책임지는 관료인데도 업무파악이 안된 것을 자랑하듯 말하니 말입니다. 우리도 조금 포기한 면이 있지요. 하지만 계속 했으면 해요. 모르는 척 외면해도 잘못된 점, 비판할 점은 쉬지 않고 지적하는 것이 우리의 일 같아요.

야심차게 윤리규정도 만들고, 치과계 언론의 모범이 되고자 했던 일도 아주 조금만 진척된 것 같아 아쉬워요. Z기자야 규정이 필요 없을 만큼 잘할 테지만, 그래도 사람일은 모르잖아요. 규정을 만들고, 많은 이에게 알리고, 되새기고 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방심하게 되는 것이 우리네 사정이니까요. 좀 더 시간과 고민을 써야 했어요.

가장 의미 있게 기억에 남는 일은 故백남기 농민 장례식 때의 건치신문 특별판입니다. 참 자랑스러워요. 물론 저는 비장한 얼굴로 아이디어만 제공했는데 Z기자가 바로 인터넷 메인화면 디자인을 바꾸고, 현장을 취재하고 많은 이들을 인터뷰하였습니다. 그리고 온 화면 가득 관련한 기사들을 배치했습니다. 사건에 대해 정부가 너무나 무책임하고 야만적으로 굴던 그때, 건치신문이 특별판을 만들어서 생생히 전하였습니다. 얼마나 커다란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를 말입니다.

제 자신부터 신문을 편집하며 사건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바쁘지만 그랬습니다. 고작 세 명이 말입니다. 이때 건치신문이 건치가, 보건의료인들이 해야 할 일, 하고 있는 일 그리고 하기를 바라는 일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자부심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일, 건강을 지키는 일에 누구보다 매섭게 나섰으면 합니다. Z기자 정말 좋았어요. 우리 참 잘했어요.
 
두 번째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쿠바의료기획입니다. 어떻게 섭외했는지 쿠바에 가있는 이를 발굴하고, 어렵게 면담자리를 만들고, 기획을 같이 논의했습니다. 참 재주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생각하는 일. 정말 알고 싶고, 알아야 할 일을 아무도 전해주지 못할 때, 건치신문이 전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특별판이 많이 알려진 일을 제대로 된 관점에서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이었다면, 쿠바기획은 잘 모르는 일을 제대로 알려서 관점을 세우도록 안내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왠지 신문이 해야 할 두 가지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서로 칭찬합시다. Z기자 참 잘했어요. 편집장도 잘하지 않았습니까?

또 하나 건치선생님들의 수많은 일들을 전하려 노력한 것도 좋았어요
건치선생님들이야, 특히 지부의 선생님들이 하는 일은 대단하지요. 대부분 그 지방의 시민단체 활동을 이끄는 분들이니까요. 그분들의 활동을 잘 소개하는 것은 바로 그 지역의 운동을 다루는 일이 될 정도이니까요. 그동안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조용히 참 많은 일을 하셨어요. 그러나 더 이상 조용히 두면 안 될 것 같아요. 강제로라도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의미가 전파되도록 애써야 할 것 같아요. 기자들의 책임이자 권한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더 많이 소개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기자가 몇 명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었어요.

그 와중에 Z기자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서 건치의 활동영역을 넓혀준 것도 멋진 일이었어요.  특히나 일본 단체들과의 연대활동을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으로 나서준 Z기자 덕분이에요. 사실 Z기자한테도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 한국의 치과의료와 일본의 보건의료운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으니까요.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되겠어요. 자신의 전문성을 키워가며 시야를 넓히고 조직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별다른 지원도 혜택도 주지 못했지만 저는 용기와 잔소리만은 남부럽지 않게 주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역량을 성장시켜 나갔으면 좋겠어요. 부탁드려요.

그런데 걱정되는 것도 있어요. 건치신문이 나름 영향력이 커지니까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람, 뭔가 다른 분야에서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이 있어요. 큰 언론사만 그러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작은 치과계에도 나쁜 일은 똑같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교묘하게 사건을 왜곡해서 전달하기도 하고, 거짓으로 다른 이를 음해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교묘해서 정신 차리지 않으면 오히려 폐해를 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특히나 치협의 대표선거라든지 무슨 이권이 생기는 일에는 억지로 기사를 만들려고도 하고, 댓글을 통해서 조작하려고도 하고 말입니다. 몇몇은 건치신문 기사에 댓글부대처럼 상주하기도 합니다. 더욱 확인하고, 점검하고, 파악하는 수밖에 없지요.

또 하나는 어쩌다 보니 우리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사실입니다. 좋은 방향으로 치과계가 바뀌고, 보건의료의 주요한 의제들이 쟁점이 되고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만, 때로 신문기사로 누구는 혼내주고, 누구한테는 참 좋은 것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매일 욕해온 나쁜 커다란 신문사들처럼 말입니다. 참 많이 존중해주고, 살갑게 대해주는 사람을 보면 물론 Z기자와 편집장의 ‘성품이 워낙 좋아서’이겠지만 Z기자의 글을 두려워해서 일수도 있지요. 정말 잘 돌아봐야 할 것 같아요. 신문사는 힘을 쓰려 하지 않을 때 힘이 커지는 것 같아요. 주의합시다. 써나간 글을 늘 되뇌이고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 상처가 되고, 누구에게 힘이 되는 지를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무엇보다 Z기자가 즐거웠으면 합니다. 단 몇 명이서 매일 신문을 만들어 내는 일은 피곤하고 힘든 일이긴 합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하고, 누군가의 답답한 사정을 들어주고, 새로운 일을 전하는 일은 참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저는 그 가치 있는 일을 Z기자와 같이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다시 한 번  감사해요. 물론 신문을 지켜봐주고 사랑해준 회원과 독자님께도 아주 많이 감사드려요.

 

김철신 (본지 전 편집국장, 인치과의원)

 

김철신 yulsar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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