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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리’에서 평화를 외치다

기사승인 2019.09.27  11: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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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역사에 말을 걸다- 열 한 번째 이야기

크로스컬처 박준영 대표는 성균관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언론과 방송계에서 밥을 먹고 살다가 지금은 역사콘텐츠로 쓰고 말하고 있다. 『나의 한국사 편력기』 와 『영화, 한국사에 말을 걸다』 등의 책을 냈다. 앞으로 매달 1회 영화나 드라마 속 역사 이야기들을 본지에 풀어낼 계획이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출처= 네이버영화)

가을은 전쟁영화와 어울리지 않는다. 달달한 로맨틱 코메디가 흥행에선 유리하다. 배급 타이밍을 놓친 건지 영화에 자신이 있는 건지, 워너브러더스가 투자한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이 개봉했다.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은 한국전쟁의 숨겨진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전쟁 발발 한 달 만에 낙동강 이남을 제외한 모든 영토를 북한군에게 뺏겨 대한민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절체절명의 순간에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나라는 기사회생한다. 역사는 반전의 승리, 기적 같은 역전을 만든 크로마이트 오퍼레이션(Chromite Operation 인천상륙작전명)만을 기억한다. 인천상륙작전 디 데이를 하루 앞두고 북한군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감행했던 장사리상륙작전은 그래서 ‘잊혀진 영웅’이 돼 버렸다.

영화는 경북 영덕군 남정면 장사리의 지명을 영화 제목으로 가지고 왔다. 웬만한 사람들은 어디에 붙어있는지 모를 정도로 낯선 곳이고 그만큼 장사상륙작전 또한 잘 알지 못한다. 1950년 9월 14일 새벽에 감행된 상륙작전에는 앳된 모습의 학도병으로 구성된 유격대가 주축이다. 그들에겐 변변한 군번도 군복도 없다. 교복을 입은 채 총 한자루 들고 전투에 긴급 투입됐다. 미군과 한국의 주력부대는 최후의 보루인 낙동강전선을 지켜야 했다. 여유 병력이 없었다.

(출처= 네이버영화)

낙동강 전투가 한창일 때 맥아더는 북한군의 보급로가 길어진 것을 간파한다. 그래서 적의 후면을 치면서 보급로를 끊고 낙동강에서 치고 올라간다는 기본 전략을 수립한다. 원산, 남포, 해주 등 몇 군데 후보지가 떠올랐지만 인천이 공격 지점이 되리라곤 북한군 수뇌부도 예상치 못했다. 피실이격허(避實而擊虛), 즉 다른 곳을 치면서 적의 허를 찌르는 계책을 쓴 셈이다. 무조건 ‘인천’ 기습 작전을 숨겨야만 했다. 그래서 평균 나이 17세, 훈련기간 단 2주에 불과한 까까머리 학도병 유격대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양동작전에 나서야 했다.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인 9월 14일, 772명의 학도병을 태운 LST전함은 다음날 9월 15일 새벽 6시에 장사항에 상륙해 북한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고 북한 인민군의 시선을 장사항에 묶어 두는데 성공한다. 이런 틈을 타 같은 날 9월 15일 밤 10시, 인천에 7만 5천명의 연합군과 261척의 함정을 투입해 인천을 함락한다.

장사항 상륙에 성공한 유격대는 국도 제7호선을 봉쇄하고 북한군의 보급로를 차단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 원래 이 작전은 미8군에 떨어진 명령이었으나 인민군 복장을 입고 특수 작전을 수행해야 해서 북한군과 외모가 비슷한 한국군에게 작전을 맡긴 것이다. 3일간 상륙한 뒤 귀환할 예정으로 총기 등의 물자도 3일치만 지급됐다. 이후 학도병을 태우고 왔던 문산호가 좌초되고 북한군의 반격이 시작된데다 총알과 식량이 떨어져 유격대는 고립된다. 인천 상륙 작전이 성공한 후 학도병들을 구출하러 배(조치원호)를 보냈지만, 이미 북한군에 의해 대부분 전사하고 만다.

(출처= 네이버영화)

여기까지가 장사리전투의 이야기다. 영화의 스토리도 단 하나의 사건에 집중한다. 영화는 인천상륙작전 대성공 이면에 잊혀진 영웅을 조명해 보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다. 영화에서 하이라이트가 돼야 할 장사항 상륙이 영화 맨 처음에 등장한다. 장사항에 성공적으로 상륙했을 때 시계를 보니 아직 영화의 러닝타임 반도 오지 못했다. 슬슬 걱정이 됐다. 감정선의 흐름과 갈등의 축적을 일반적으로 영화의 전반부에 놓고 후반부에 갈등의 해소와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대로 배치한 것이 어떤 연출 의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느낌이다.

유격대 리더인 이명준 대위(김명민)가 극의 중심을 잡아 줬지만 작전의 참상을 기록한 미국 종군기자 매기(메간 폭스)나 유격대의 카리스마이자 맏형 역할이었던 류태석(김인권) 일등상사는 그저 클리셰처럼 겉돌기만 했다. 젊은 세대들까지 울림을 주기에는 연출, 극본 모두 역부족이다.

그러나 영화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왜 그리 절실한지를 의도적이든 아니든 영화는 스스로 드러내준다. 다시는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 함을 인상적인 몇 장면에서 보여준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반전 영화로 해석하고 싶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이 영화를 보았다. 언젠가 나도 장사리에 가면 잊혀진 영웅들의 혼을 위로하며 한반도 평화의 기원을 큰 소리로 외쳐보고 싶다.

(출처= 네이버영화)

박준영 gcnews@gunchinews.com

<저작권자 © 건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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