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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평화로움 미군기지 ‘사세보항’

기사승인 2019.08.16  17: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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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원수폭금지세계대회 참관기 ③] 아직도 전쟁 중 그러나…미 해군 기지 사세보 항

전망대에서 바라 본 사세보 항 전경

한국 보건의료인 대표단은 지난 10일 미 해군 군사기지이자 일본 자위대 시설로 이용되고 있는 ‘사세보 항’을 견학했다. 대표단은 사세보민주상공회의소 회원인 오쿠무라 씨와 나카무라씨의 안내로 민간에 허락된 구역을 배로 돌아봤다.

나가사키 시에서 1시간 반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사세보 항’은, 특유의 지형적·지리적 조건 때문에 약 130년 전부터 군사기지로 활용됐다. 이곳은 메이지유신 때 아시아를 향한 침략의 전출기지로, 패전 후 이곳은 자연스럽게 미해군 제7함대의 거점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전쟁 및 베트남 전쟁. 그리고 걸프전에서도 미군은 사세보 항을 보급기지로 활용했다.

사세보 미군기지의 특징은 강습상륙함 부대를 주력으로하며, 오키나와와 이와쿠니 해군부대와 일체로 ‘수륙양용작전’의 출격지점이기도 하다. 또 다른 특징으로 미해군 제7함대가 보유한 70척의 함정을 3개월간 운영할 수 있는 85만kl의 연료와 4만톤의 탄약이 저장돼 있으며 서태평양 연료·탄약 보급의 중심기지다.

항만 남동쪽에 Landing Craft Air Cushion(LCAC)가 위치해 있고 미군전함 13대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LCAC
사세보항 입구

사세보 만의 입구는 1km에 불과하지만 안쪽 바다로 들어가면 그 넓이가 3천 헥타르에 달해, 요코하마나 고베와 같은 다른 천혜의 항구보다 3~4배 이상 넓다. 게다가 서태평양에서 사세보 항으로 들어오는 입구는 좁고 하나뿐이라 방어하기 좋다.

바다를 매립한 평지인 1급지는 미군이 사용하고 있으며, 경사지인 2·3급지를 일본인이 사용하고 있다. 사세보 항의 80.5%를 미군이 활용하며, 대표단 등 민간인이 둘러볼 수 있는 곳은 전체 면적의 5.5%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시설은 미해군의 것이었으나, 군사기밀 탓에 일본 자위대 군함으로 가려져 있었다. 미해군 훈련장과 일본 자위대 훈련시설이 섞여 있어 사실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자위대의 함선은 무엇을 지키려는 것인지, 대공미사일이 장착된 호위함대였다.

사세보 항 서쪽과 그 맞은편인 동쪽엔 급유시설과 탄약창고가 늘어서 있었는데, 바로 위로 일반 주택들이 있어 위험해 보였다. 관사인 줄 알았는데, 사세보 시민들이 사는 일반 주택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일본식 기와지붕 건물이 탄약고다.
소리로 미사일 발사 여부를 측정해 내는 배. 민간 위탁운영이며 북한의 도발 등을 감시하기 위한 용도라고 한다.
급유시설
빨간 동그라미 쳐진 곳이 민간 주택이고, 아래 파란색 동그마리가 탄약고다.

오쿠무라 씨는 “민가가 먼저 있었고, 미군정이 들어오면서 터널형 탄약고를 바로 그 아래 지었는데, 화력이 센 탄약을 저장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탄약고에서 불과 70m 떨어진 곳에 있는 집도 있다”며 “15년 전 민가와 가까이에 있던 마에하타 지구의 미군 목공소에 화재가 난 적이 있는데, 미군은 자기들 것이라며 일본 소방서의 출동도 거부한 채 3시간을 방치해 주민들이 사세보항을 돌려달란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군사지위협정을 맺은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라, 그 불합리성으로 인한 문제를 겪는 것은 비슷했다. 일본 정부는 ‘배려 예산 (思いやり予算)’이란 이름으로 사세보 미군기지의 시설 정비비, 수도세, 전기세는 물론 기지내 종사자의 급료, 군함공장 건설비, 급유시설 및 탄약고 설치, 매립지 공사비용을 댄다고 한다. 게다가 미군은 이 예산을 받으면서 “공사가 끝나면 돌려주겠다”는 명분을 댔지만, 그건 말뿐이었다.

오쿠무라 씨는 설명 중간 중간에 ‘그린베이’라고 하는 미함대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한·미·일 그리고 호주 합동군사훈련에 차출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군사합동훈련 등 미군의 움직임과 관련된 뉴스는 일본 언론에서 한 줄도 찾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배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SSK회사 수리도크(부두, dock)를 돌아봤다. SSK의 제3수리도크는 지위협정 제2조4항에 따라 미군이 공동사용 할 수 있도록 돼 있었으며, 미군이 7일전에 통보만 하면 우선적으로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1996년 미군이 강습상륙함 베로우토 수리에 제3수리 도크를 반년 간 쓰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제3수리도크를 제공할 시 약 360억 엔의 손해가 예상됐다. 그러자 SSK 직원들은 철저하게 이를 거부하는 등 소동이 일었다. 결국 일본 정부는 요코하마에 있는 수리함을 가져다 미군함정을 수리했다고 한다.

오쿠무라씨는 “이 굴욕적인 사용협정은 아직도 존속하고 있으며, 당시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은 사세보를 제2의 오키나와로 만들 수 없다며 저항했고 이는 성공했다”며 “그러나 제3도크 뿐 아니라 제2도크도 협정에 따라 미군은 물론 일본 해상자위대에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SK 회사 수리도크
한국 보건의료인 대표단이 사세보 항만을 둘러보고 있다.

사세보 시 곳곳에는 일본 정부가 미군과 그 가족을 위해 배려예산으로 지어 바친 공원과 시설이 있었다. 실제로 사용되지 않은 곳도 많고 보통의 사세보 시민들이 이용하는 곳이 됐다.

다른 군사도시와 다르게 사세보엔 미군을 상대로 한 상점 거리 등이 없다는 게 특징이었다. 오쿠무라 씨는 “기지 내 정말 필요한 체육시설, 주점, 식당 등이 전부 들어가 있기 때문에 미군을 상대로 한 상업시설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또 오키나와처럼 미군 헬기 추락사고, 부녀자에 대한 성폭행 사건 등 때문에 사세보에서도 미군기지 반환 운동 등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거의 없다. 아니 없다”면서 “해군기지라 소음도 별로 없고, 최근에 미군병사 한 명이 총기자살을 한 것 외에는 사건도 거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세보야 말로 평화운동의 볼모지라고 했는데, 거기엔 역사적 이유가 있었다.

그는 “사세보는 130년 전 에도시대부터 진주부란 이름으로 군사거점으로 지목돼 만들어 지기 시작해, 태평양전쟁, 한국전쟁을 거치며 철저히 군사도시로 성장한 곳”이라며 “사세보 주민의 대부분이 미군기지내에서 혹은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고, 주민들은 미군이 사세보의 경제를 움직이는 존재고, 일본과 사세보를 지켜준다고 믿기 때문에 기지 반대 운동이 일어나기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키도 했다.

참고로 오키나와의 경우 주민들의 토지를 빼앗아, 후텐마 기지는 물론 이제 헤노코 신기지를 건설하고 있어 주민의 반대가 극렬하다. 속된 말로 ‘미군기지 속 오키나와’로 불릴 정도로 미군에 의해 터전을 빼앗긴 오키나와 주민들이 많다.

미군기지 앞, 일본인 출입금지라고 쓰여있다.

한편, 나카무라 씨는 한국 대표단과 헤어지기 직전 최근 한일 관계 문제에 대해 미안함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아베정부는 정치문제에 대해 경제보복으로 응수했는데, 이는 어리석은 일”이라며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는 일본정부가 마땅히 사과할 일이며, 그렇게 할 때만 지금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일본의 과거의 잘못에 대해 죄송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안은선 기자 gleam0604@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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