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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된 수불사업... “새로운 시작을 위해”

기사승인 2019.07.29  15: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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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동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수불사업 편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중단된 이유... 복지부의 역할은?

지난 1945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이래 현재 전 세계 52개국으로까지 확산된 수불사업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시행 38년만에 전면 중단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수불사업은 전 세계 52개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무엇보다도 수불반대론자들의 등장일 것이다. 원광대 이흥수 교수는 “수불 반대론자들의 준동을 보면 꼭 일제 강점기 시절 마치 독립운동인 마냥 펼쳐졌던 ‘천연두 예방접종 반대운동’이 떠오른다”고 답답해했다.

물론 당시 일제는 조선인들에 대한 천연두 예방 접종을 조선총독부 경무국 위생과라는 치안행정조직을 통해 시행하면서 조선인들의 건강 문제를 치안문제로 취급했다. 목적이 조선인들이 아닌 일본인들의 건강(전염병 예방)에 있었던 것이다.

이흥수 교수는 당시 일제의 천연두 예방접종에 반대했던 사람들의 구호가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에게 강제로 소고름을 넣어서 다 죽이려고 한다”였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지 않은 수불 반대론자들의 단편적인 주장을 비판했다.

하지만 수불 반대론자들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있었다. 이흥수 교수는 수불사업의 시행 주체인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지방자치체들의 구강보건사업에 대한 무책임성이 수불사업이 중단되는데 큰 몫을 했다고 본다.

복지부의 책임은 없는가?

“기본적으로 100세 시대, 구강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낮다.” 이흥수 교수는 “지방정부는커녕 중앙정부인 복지부에도 구강보건 전문가들은 전무한 상태이다”고 한탄했다. ‘충치예방’을 이야기하면 “그게 뭐 시급한 문제인가?”라는 질문만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만 12세 우식(충치)경험 영구치지수는 2003년 3.25개에서 2012년까지 1.84개로 감소하다가 이후 선진국들과 달리 정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OECD국가 중 최하위권), 70세가 넘어서면서부터 잔존 치아개수가 평균 20개(이상 본지 7/16자 『수불사업 왜 끝내서는 안 되는가?』기사 참조)가 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여전히 구강건강관리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만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수준이나 장애유무에 따라 충치유병율과 치주병유병율은 물론 치과치료율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80세가 넘어서면서부터 잔존치아개수가 평균 12개(이상 본지 7/16자 『수불사업 왜 끝내서는 안 되는가?』기사 참조)에 그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복지부와 지방자치체들이 보이고 있는 이러한 안일한 태도는 ‘100세 시대,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결코 좌시해선 안 될 일일 것이다.

조현재 교수

부산대 김진범 교수는 복지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이흥수 교수는 “지자체 장들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기본적으로 선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강력한 지침이 없다면 비록 수불 반대론자들이 소수라 할지라도 이들이 극렬한 시위 등에 나설 경우 ‘수불사업’을 ‘골치 아픈 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 조현재 교수 역시 “모든 걸 지방 정부에 위임한다면 수불사업 등 구강보건사업은 예산 부족과 인력배치 등등의 이유로 금연이나 비만 등 의과 보건사업에 밀릴 수밖에 없다”며 복지부가 지자체에 책임을 전가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는 태도를 비판했다.

이흥수 교수는 “수불사업은 구강보건법과 국민건강증진법에 국가와 지자체가 시행해야 할 사업으로 명기돼 있다”고 강조했다. 복지부가 “지역주민의 선택권”을 이유로 수불사업을 포기하거나 다른 사업으로 대체할 수가 없으며, 만약 그런 일을 시도한다면 그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구강보건법에 이미 ‘선택권’ 보장하고 있어

실제 구강보건법에는 수불사업을 국가와 지자체가 임의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시ㆍ도지사, 시장ㆍ군수ㆍ구청장 또는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공청회나 여론조사 등을 통하여 관계 지역주민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그 결과에 따라 수불사업을 시행 또는 중단할 수 있다”고 하여 지역주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시되는 수불사업은 수불 반대론자들의 주장처럼 ‘지역주민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특정 사업의 시행을 민주주의 사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걸쳐 법으로 제정한다는 것은 국민들의 동의 과정을 거쳤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실제로 아일랜드에서는 1956년 보건부장관의 수불사업 의무적 시행 결정 이후 1960년 수불사업법이 제정되면서 수불사업이 본격 시행됐지만, 1963년 일부 인사들이 ‘개인의 선택권’을 이유로 위헌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1964년 대법원에서는 “수불사업법이 자율존중원칙에 위배되지 않아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하지 않는 공중구강보건사업”이라고 합헌 판결을 내렸다.

수불사업 시행에 관한 미국의 지역별 법률 제정 상황

미국에서도 주별로 의무화된 수불사업이 어린이들만을 위한 법정제도(class legislation)이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위반이라는 이유로 1954년부터 1984년까지 13건의 위헌소송이 제기돼 대법원까지 올라 왔지만 모두 기각된 바 있다. 미국 대법원에서는 기각 이유로 “수불사업은 불소농도조정수돗물 음용을 강요하지 않으며, 사익은 공공의 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 수정헌법 10조에서는 이미 행정당국에게 시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이다. 건강증진법 상 금연구역 설정과 담배세, 국민건강보험, 법정 예방접종 등 국가가 강제하는 보건사업들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수불사업과 관련된 4가지 윤리원칙

김진범 교수는 이와 관련해 수불사업이 자율존중원칙(Autonomy)과 선행실천원칙(Beneficence), 악행기피원칙(Non-maleficence) 및 정의지향원칙(Justice) 등 4가지 윤리원칙에 부합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자율존중원칙은 개인 간에 서로 대립할 경우 타인의 자율을 존중할 윤리적인 의무를 포함하고 있다”며 “수불 반대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아이랜드와 미국의 대법원에서 수불사업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린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선행실천원칙 때문에 자율존중원칙을 제한할 수도 있다”면서 “공공복리를 위해 전염병에 걸렸을 경우 전파를 막기 위해 대상자의 뜻과 관계없이 격리하는 법령이 시행되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진범 교수는 “두 가지 자유가 상치될 경우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을 더 중시해야 한다”며 “수불사업으로 심신에 위해가 없이 충치라는 질병 발생이 감소하기 때문에 수불사업은 선행실천원칙과 악행기피원칙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수불사업은 남녀노소와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고 자연치아가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충치 발생을 줄여주고, 특히 장애인과 저소득층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에서 충치예방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의지향원칙에도 부합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2001년 부산 건강치아연대의 수불캠페인

그래서 복지부는 보건의료단체연합 김정범 전 상임대표가 지난 2014년 8월 13일자 본지 『국민 구강건강권 확보는 국가의 책임』이라는 기사에서 “충치를 개인질병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설탕이나 패스트푸드 식품의 만연에 의한 공중구강보건상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설득해야 한다”며 “수인성 질환에 물을 끓여 먹는 개인수칙보다는 상수도 설치가 더 근본적 해결 방법이듯이 이를 잘 닦아야 한다는 개인수칙보다는 공중구강보건정책으로서의 수불사업이 보다 근본적인 접근법이라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을 귀담아 들어야만 한다.

수불 반대론자들에게는 이미 ‘생수를 사 먹을 수 있는 권리’라는 ‘개인적 선택권’도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복지부가 보여온 태도

왜 복지부는 지난 75년 간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역학조사를 통해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된 수불사업의 실시를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의 질병관리본부(CDC)처럼 직접 나서서 국민들에게 권고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이흥수 교수는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최소한 수불시행 30주년이던 2011년 이후부터는 수불사업에 대해 그야말로 ‘방관자적’ 태도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 교수는 2014년 입법 예고되고 2015년 시행된 화학물질관리법을 들었다. 그는 법이 제정되기까지 복지부에서는 불소에 대한 관리규정이 강화된다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법이 시행되고 나서 수불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정수장과 보건소에서 관련 규정과 관련된 문의들이 빗발치고 나서야 복지부는 비로서 허둥지둥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말 모르고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밝힌 이흥수 교수는 “불소와 똑같은 ‘독극물’인 염소는 화학물질관리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면서 복지부의 무관심한 태도로 인해 법 제정 당시 불소가 화학물질관리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는 기회를 놓쳐버렸다고 한탄했다.

이 교수는 화학물질관리법이 통과된 이후 복지부의 태도에도 큰 불만을 표시했다. 강화된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불소 관련 시설을 보완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정수장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약 2천만 원 정도면 시설보완이 가능함에도 복지부에서는 대책 마련은커녕 어떠한 움직임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화학물질관리법은 지자체들에게 수불사업을 정당한 절차 없이도(법에 따르면 중단시에도 공청회나 여론조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단할 수 있는 ‘핑계거리’로 작용하게 됐다.
 
여론조사 결과도 ‘수불 찬성’ 더 많아

이흥수 교수와 김진범 교수는 지난 6월 5일 복지부가 『추진계획』을 통해 “지역주민의 선택권 요구”를 이유로 수불사업을 대체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시행된 여론조사 결과 우리나라에서도 수불 찬성이 반대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며 복지부의 방침을 비판했다.

이흥수 교수는 “지난 1999년 포항에서 설문 항목이 편향적으로 설정된 수불 여론조사에서도 찬성 51%, 반대 49%의 결과가 나왔다”면서 “공정한 설문문항에 입각한 여론조사(복지부 표준여론조사 1‧2안)가 실시된다면 당연히 ‘수불 찬성’이 더 많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한국건강증진재단과 원광대에서 실시한 ‘수불사업 효과 조사’에서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수불사업에 대한 학부모의 견해는 찬성(적극 찬성포함)이 63.5%, 반대(절대 반대 포함) 4.9%, 견해 유보(모름)가 31.6%였다.

2011년 설문조사 결과

가장 최근 자료인 합천군보건소와 부산대에서 진행한 ‘2018년 합천군 구강보건실태조사’의 설문조사 결과 역시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아 찬성 65.4%, 반대 20.7%, 모르겠다 13.8%의 결과를 보였다. 특히 합천군 결과에서 더욱 주목해보아야 할 설문조사 결과는 가계 소득별 수불사업 찬성 여부로 월 소득 300만원 이하에서 그 이상보다 수불사업에 찬성하는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2018년 합천군 소득수준별 수불사업 찬성 여부 설문조사

새로운 시작... 복지부 역할 “가장 중요”

복지부는 지난 6월 5일 발표한 『추진계획』을 통해 “우리나라 만12세 우식경험영구치지수가 2003년 3.25개에서 2012년까지 1.84개로 감소하다가 이후 정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OECD국가 평균 1.2개보다 높은 1.8개(2018년. OECD국가 중 최하위권)에 이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설탕 소비량은 다른 OECD국가들의 설탕 소비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상태임에도 만12세 충치경험영구치지수는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각국의 1인당 설탕소비량과 만12세 충치경험 영구치지수(조사년도) 출처: 설탕소비량 http://www.whocollab.od.mah.se/expl/globalsugar.html, 만12세 충치경험 영구치지수 http://www.whocollab.od.mah.se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복지부는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과연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의 질병관리본부(CDC)가 공식적으로 권고하고 있는 수불사업을 ‘포기’하고서도, 현재 정체돼 있는 우리나라 만12세 우식경험영구치지수를 OECD국가 평균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까? 복지부의 『추진계획』처럼 과연 수불사업 없이도 현재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 ‘구강건강 격차’를 줄여나갈 수 있을까?

지금은 복지부가 수불사업의 ‘포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인 것이다.

김진범 교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주무부서인 복지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수불사업의 안정성에 대해 중앙 부처 차원의 논리적 근거를 확보하고, 이를 적극 설명함으로써 국민들의 인식 개선 및 수불사업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재 교수 역시 “앞으로 수불 중단 지역을 중심으로 충치유병율이 높아지고, 장애인과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구강건강 격차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복지부는 이에 대한 역학조사 준비를 철저히 해 수불 부활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흥수 교수도 “복지부는 우선 수불사업과 관련된 종합계획안부터 만들어 중앙정부 차원에서 관련 예산부터 확보해야 한다”며 “이후 법적‧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해가면서 국민들의 불소에 대한 ‘위해도 인식’을 낮추어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인문 기자 gcnewsmoon@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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