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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불사업 중단... 그 뼈 아픈 역사!

기사승인 2019.07.12  18: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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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동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수불사업 편① 시작과 끝... 누구의 잘못인가?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이 모두 중단됐다. 지난해 12월 17일 강원도 영월군 연곡 정수장이 민원제기를 이유로 수불사업을 잠정 중단키로 결정하면서 지난 1981년 진해에서 처음 시작된 수불사업이 시행 38년만에 모두 중단되고 만 것이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가 백신 개발 등과 함께 20세기 미국 공중보건의 위대한 10대 업적으로 꼽았으며, 2014년 현재 미국 총인구의 66.3%, 수돗물 급수인구의 74.4%인 211,393,167명이 혜택을 받고 있는 수불사업(CDC 발표. 2020년 수돗물 급수인구의 79.6%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이 왜 한국에서는 모두 중단되고 만 것일까? 그리고 이렇게 되기까지 누구의 잘못이 가장 큰 것일까?

미국 수불사업 수혜인구 증가 추이

그 이유를 찾기 위해선 우선 우리나라 수불사업 시행의 처음과 끝, 그 역사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수불사업의 시작과 전국 확산

우리나라에서 수불사업은 1977년 서울치대 보철과 김광남 교수가 당시 보건사회부 신현확 장관에게 건의해 1981년 진해와 1982년 청주에서 시범사업으로 첫 시행되면서 그 막이 올랐다.

한국의 수불사업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1983년부터 수차례 자문관을 파견해 기술지도와 정책자문을 수행하기도 했으며, 보건사회부에서도 서울치대 예방치학교실에 의뢰해 1985년부터 1988년까지 3년간 진해와 청주에서 시범사업으로 시행한 수불사업을 평가해본 결과 예방효과와 안정성을 확인해 1989년 "수불사업을 1995년말까지 전국 22개 도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와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도 1989년과 1990년 각기 수불사업의 전국 실시를 촉구했으며, 특히 건치는 정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관계 공무원들의 적극성 부족으로 수불사업의 확대가 지지부진해지자 1990년부터 수불사업 실시를 위한 범국민캠페인을 전국적으로 벌여나가기 시작했다.

지지부진하던 수불사업의 전국 확대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은 건치와 시민단체의 주도로 과천에서 1981년 진해에서의 첫 시범사업 이래 13년만에 수불사업이 실시되면서부터였다. 건치 공동대표까지 역임했던 고 송학선 선생은 과천시민모임(공동대표 이오덕‧안병직‧신양섭)과 함께 ‘과천시 수불사업 촉구 운동’을 전개해 1994년 수불사업 첫 확대의 쾌거를 일궈낸 것이다.

1994년 과천시에서 수불사업 실시를 축하해 열린 시민축제 한마당에서 건치 김광수 당시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이후 1995년부터 수불사업은 포항시 등으로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국민건강증진법(1995년)과 구강보건법(2000년)을 통해 수불사업이 법정제도화되면서 수불사업 시행 20주년이 되던 2001년에는 전국 31개 지역 36개 정수장에서 급수인구 443만명을 대상으로 수불사업이 시행돼 수불사업 수혜인구비율이 총인구 중 9.4%에 이르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치협은 건치와 함께 1990년부터 각 지역별로 수불촉구캠페인 등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1998년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및 대한치과위생사협회로부터 수불사업 공동추진에 대한 동의를 얻어내기까지 했다.

또한 건치는 전국적인 수불촉구캠페인과 함께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를 모색해 1999년 전국 시민사회단체들이 연합한 ‘국민건강을 위한 시민연대’의 결성과 2001년 ‘수불20주년기념 조직위원회’(공동대표 단병호 민주노총위원장‧정광훈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심성구 열린사회시민연합 대표) 구성에 큰 공헌을 하기도 했다.

치과의사들이 수불사업 시행을 주장한 이유

건치와 치협 등 치과의사 단체들이 수불사업의 전국 실시를 촉구한 이유는 자명하다. 1944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수불사업이 시행된 이래 지금까지의 역학조사 결과 인체에 대한 안전성과 치아우식(충치) 예방 효과가 입증됐을 뿐아니라 비용대비 편익성까지 매우 높은 사업이라는 점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에서 조사된 자료를 보아도 수불사업의 예방효과와 비용대비 편익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합천군보건소와 부산대가 실시한 2018년 합천군 구강보건실태조사에 따르면 표본 성별분포와 홈메운치아수의 차이를 보정한 다음, 6기 국민건강영양조사 전국과 합천읍 아동의 1인평균 우식경험영구치면수의 차이로 산출한 연령별 영구치우식 예방률은 10세에서 52.9%, 12세에서 45.0%, 15세에서 35.0%로 나타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6기(2013-2015년) 전국과 2018년 합천읍 1인평균 우식경험영구치수 비교

역시 표본 성별분포와 홈메운치아수의 차이를 보정한 다음, 합천읍에서 수불사업을 시행한 2000년의 합천읍 1인평균 우식경험영구치수와 2018년 합천읍 아동의 1인평균 우식경험영구치수를 비교해 그 차이로 산출한 영구치우식 예방률도 8세에서 40.6%, 10세에서 76.1%, 12세에서 67.6%로 산출됐다.

2000년과 2015년 합천읍 1인평균 우식경험영구치수 비교

2009년 이후 평가된 우리나라 수불사업에서 1년간 1인당 사업비용은 사업대상 인구가 100,000명 이하인 거제시에서 580원(2015년)으로 가장 높았고, 사업대상 인구가 100,000명이 넘는 다른 지역에서는 대체로 200원에서 500원 범위 내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초기 충치치료인 레진 보험수가 7만원 등 다른 어떤 진료비용과도 비교할 수 없는 저렴한 사업비용이다.

한국 수불사업 1년간 1인당 사업비용

진주시 수불사업의 1982년부터 2009년까지 편익비용비는 41.4로 분석됐다.

수불사업의 편익비용비(B/C ratio)

바로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수돗물불소농도조정 전문위원회(Expert Committee on Water Fluoridation)’를 구성해 1958년 제1차 보고서에서 수불사업이 치아우식예방에 가장 이상적인 정책이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으며, 2007년 제60차 총회에서 구강건강증진을 위한 전 세계적 정책방안을 의결하고 치아우식 예방을 위한 방안으로 효과적인 불소 활용을 제안하면서, 구체적인 불소이용 사업의 하나로 수불사업을 세계 각국에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실시되던 수불사업은 현재 전 세계로 확산돼 26개국에서 인위적으로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고 있으며, 26개국에서는 적정농도로 불소가 함유돼 있는 천연수를 수돗물로 공급하고 있어 적정불소농도 음용수를 공급받는 인구는 총 52개국 4억3,510만명에 이르고 있다.

불소반대론자들의 등장과 수불사업의 중단

확대일로를 걷던 수불사업이 난관에 부딪히게 된 것은 1998년 5월 영남대 김종철 교수가 『월간 말』지에 외국 잡지 기사를 번역해 ‘수불정책은 원자탄 개발 계획의 일환’이라는 선정적인 기사를 통해 수불사업 반대 입장을 정식으로 표명하면서부터였다.

뒤이어 김종철 교수를 추종하는 일부 극단적인 환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수불반대론자들이 결속하기 시작하면서 ‘불소는 독극물’이라는 단편적인 선전으로 국민들의 화학물질 공포증(케모포비아)에 편승하는 한편, 당시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한 지방자치제를 활용해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지자체장들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수불사업 지역 수와 정수장 수의 변천 추이

결국 이들의 활동으로 1999년에는 대전과 남양주에서, 그리고 2003년에는 청주와 포항, 과천에서 수불사업이 중단되기 시작해 2007년에 이르러서는 수불사업이 19개 지역 23개 정수장으로 축소되고 말았다.

이후 2008년 창원과 거제에서 수불사업이 시작돼 다시 활성화되는 듯 했으나 화학물질관리법이 2014년 입법 예고되고 2015년 시행되면서 불소에 대한 관리 규정이 강화된 것을 핑계로, 수불사업을 중단하는 지자체와 정수장들이 속출하기 시작해 지난해 12월 영월군 연곡 정수장을 마지막으로 수불사업이 모두 중단되고 만 것이다.

시행 75년을 맞이해 더욱 수불사업이 확대되고 있는 미국 등 전 세계 52개국들과 달리 시행 38년만에 우리나라에서 수불사업이 전면 중단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이제 수불사업은 더 이상 부활할 수 없는 것일까?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 조현재 교수는 “아직 수불사업은 끝난 게 아니다”고 주장한다. 그는 왜 이렇게 주장할까? 이제 우리는 그 이유를 찾아나서야만 한다. (2회차에 계속)

이인문 기자 gcnewsmoon@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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