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으로 보는 현대식 칫솔의 사용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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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보는 현대식 칫솔의 사용 시기
  • 김다언
  • 승인 2019.05.03 15:4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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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언’s 문학 B급 살롱] 김다언 작가

2017년 김다언이란 필명으로 『목마와 숙녀, 그리고 박인환』이란 시 해설집을 펴내며 데뷔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이창호 회원. 그가 올해부터 1940년대~1960년대의 한국문학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본지에 ‘김다언’s 문학 B급 살롱’이란 코너를 통해 연재키로 했다. 열 일곱번째 화에서는 일상에서 칫솔을 사용하는 내용이 담긴 시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박팔양 시인(출처=http://www.zoglo.net/blog/read/kim631217sjz/263337)

사람이 구강위생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본능적으로 인류의 시작과 함께였을 것이다. 동물도 목욕을 하고 이를 갈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다. 사람은 모래나 소금을 사용해서 이를 닦기도 하고 이쑤시개를 만드는 등의 도구를 사용한 시기도 아주 오래전 일이다. 칫솔의 역사를 검색하면 1500년경 중국에서 동물의 털을 이용해서 칫솔을 만든 기록이 있다고 하며, 1780년 영국에서 동물의 털로 만든 칫솔을 생산하는 회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동물의 털은 약하고 비위생적인 한계가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이 문제는 1938년 미국에서 나일론으로 만든 칫솔이 나오면서 해결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양상으로 구강위생 관리가 진행됐음은 자명하다. 이글에서 칫솔의 역사와 발전과정을 다루고 근거를 밝힐 생각은 전혀 없고 책을 읽다가 어쩔 수 없는 직업병(?)으로 일상에서 칫솔을 사용하는 아주 오래된 시를 발견해서 글을 쓰게 됐다. 『하루의 과정』이라는 박팔양의 시는 1933년에 발표했으니 최초의 나일론 칫솔이 나오기 전의 시기이다.

동편 들창에 비치는 여명.
하룻밤 안식에 만족한 기지개여ㅡ
칫솔을 입에 물고, 뜰에서 보내는 하늘,
묵묵한 중에 하루의 출발을 준비하노니.

거리엔 지금이 러시 아워.
붉은 볼에 행복을 미소하는 젊은 남녀의
오고가는 발자취 소리 여기저기서
아침의 아름다운 행복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이윽고 정오의 싸이렌이 울고 나서
해가 어느결엔지 서편 하늘로 기울어졌을 때‘
비즈니스에 상기된 샐러리맨들은
오후 네시의 권태를 오늘도 절실히 체험하며-

전등이 어여쁜 소녀의 샛별 같은 눈처럼
영롱하게 시가의 야경을 장식하기 시작할 때’
하루의 고역에 넋을 잃은 검은 일꾼들은
맥없는 걸음걸이로 가난한 보금자리를 찾아간다.

네온싸인! 그것은 한 개의 슬픈 풍경.
일없이 거리를 방황하는 수많은 룸펜이여
도시의 사람을 유혹하는 향락의 밤이 깊어갈 때‘
그대와 나의 헛되인 탄식을 어찌하려는가?

그러나 안식의 밤이 고요히 고요히
하잘것없이 작고 외로운 그대와 나의 지붕 우에서
소리도 없이 새어갈 때 우리는 가난한 우리의
침상 속에서 또다시  「희망의 내일」을 꾸미고 있다.

박팔양 시인이 당시 사용한 칫솔의 형태나 가격 등은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하루의 과정’을 발표하기 이전부터 칫솔을 사용하는 습관이 있었을 터이니 우리나라에서도 칫솔 사용이 일찍부터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박팔양 시인은 위생관념이 상당했던지 ‘아침’이라는 다른 시에는 세숫물이 등장해서 항상 출근길이 단정한 현대인의 생활양식을 가졌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하여 시는 밝지 않다. 박팔양 시인은 정지용 시인과 동인활동도 했었고 일상과 연계된 시를 주로 썼던 시인은 아니며 일제강점기 저항시인이다. 그의 삶과 지향점을 알 수 있는 『동지』라는 시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1937년 12월 15일 매일신보 라이온치마 광고(출처= 동아일보 기사검색)
1955년 7월 4일 동아일보 럭키치약 광고(출처=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동지를 북쪽으로 떠나보낸 후
나는 그대가 그리워 울었노라
북두칠성 기울어진
겨울 새벽에
나의 베개는
몇 번이나 눈물에 젖었던고!

북쪽 나라
피로 물들은 거리거리로
목숨과 함께 애쓰며 방황하는 그대의 모양이
생시에도 몇 번 꿈에도 몇 번
나의 머리를 왕래하였었노라

어느 서리 많이 온
이른 겨울날 아침에
검은 까마귀 한 마리
북쪽으로 울고 가더니
며칠이 못 되어 그대의 몸이
얼음같이 찬 시체가 되어
그대가 항상 오고자 하던
이 나라의 이 벌판으로
오! 그대는 돌아왔도다!

눈송이 날리는 북국의
피를 피로 바꾸는 마당에서
열정에 떠는 가슴을 안고
그대는 얼마나 수고하였던가

동무여
나는 그대의 관 우에 놓을
아무 선물도 없노라
그러나 그대의 찬 입술에
「영원한 승리자여!」 하고
입맞추인 후
뜨거운 나의 「눈물」을 바치겠노라

 

 

김다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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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병아리 2019-05-07 12:22:49
김작가님
화이팅

푸른 눈 2019-05-04 10:27:12
흥미롭게 잘 보았습니다.
마지막에 시「동지」는 읽는동안 비장한 마음에 숙연해지네요.
작가님,감사합니다.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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