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진료 대기만 2~3개월...“장애인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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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진료 대기만 2~3개월...“장애인 차별”
  • 문혁 기자
  • 승인 2019.02.2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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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중증장애인 치과진료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중증장애인 2만 3천여 명 치료 가능 병원 3곳뿐
지난 19일 열린 '부산지역 중증장애인 치과진료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모습

지난 19일 부산광역시의회에서 ‘부산지역 중증장애인 치과진료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장애인구강보건정책토론회가 진행됐다. 

이번 토론회는 부산광역시 장애인구강보건정책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피고 정책 개선 방향을 논의하고자 마련됐으며,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부산‧경남지부(공동대표 조병준 김권수 이하 부경건치), 부산광역시 최영아 시의원, 부산참여연대, 행동하는의사회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이번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부산참여연대 김종민 대표는 “부산 지역에 사는 중증장애인 모두가 치과진료를 받으려면 67년이 걸린다고 한다”면서 “이들에게 치과 진료는 죽기 전에 한 번 가봐야 하는 버킷리스트와 같다. 이번 토론회는 치과진료 환경 개선을 위한 자리이자, 장애인 차별 실태를 고발하는 것”이라고 토론회 시작을 알렸다.

이홍호 운영위원장

장애당사자로서 사례발표에 나선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홍호 운영위원장은 “치아가 아프기 전까지 치과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홍호 운영위원장은 “뇌병변장애인의 특성상 통증에 예민하게 반응해서 마취 치료를 해야 했는데, 당시 부산에는 나를 치료해줄 수 있는 곳이 없었다”면서 “결국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그 뒤에도 일주일마다 한 번씩 서울로 올라가 관리를 받았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그 이후에도 한 차례 수술을 더 받아야 했고, 마취 비용이 더해져 치료비만 3천만 원이 들었다”면서 “지금은 부산에서 치과진료가 가능하지만 예약 기간만 2~3개월이 걸린다. 부산에 사는 장애인은 치과진료를 받기도 관리를 제때 받기도 너무 힘들다”고 꼬집었다.    

최영아 시의원에 따르면 전신마취 및 수면마취 시술을 받아야 하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발달장애인과 스스로 양치질이 힘든 뇌병변 장애인은 약 2만 3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내 전신마취 가능한 장애인 치과 없어

"장애인 치과인력과 공공의료기관 절대 부족"

이번 토론회의 주발제자로 나선 부경건치 김권수 공동대표는 ‘부산 중증 장애인의 치과진료의 현주소’를 발표하며, 중중장애인이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은▲부산권역장애인진료센터 ▲부산의료원 장애인치과센터 ▲나눔과열림치과의원 3곳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권수 공동대표

이어 김권수 공동대표는 “부산권역장애인진료센터만이 주5일 상시 진료가 가능하며, 부산의료원은 주1일, 나눔과열림은 주2일 진료를 보고 있다”면서 “부산권역센터만이 상근 3인 체제로 운영 중일 뿐, 부산의료원은 비상근 1인이 진료를 보고 나눔과열림은 자원봉사로 운영된다”고 전했다.

또한 김 대표는 “전신마취진료실이 있는 곳은 부산권역센터밖에 없으나, 이도 전신마취인력이 없어 사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부산권역장애인센터나 부산의료원 모두 의과의 도움을 빌려 진료를 하다 보니 결국, 장애인들의 전신마취 대기 기간은 2~3개월이나 걸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부산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 오형진 센터장은 중증장애인이 진료 받기 힘든 이유로 ▲치과대학에서의 장애인 진료 교육과정 부재 ▲낮은 수가 ▲장애인 치과 진료 인력 부재 때문임을 피력했다.  

오형진 센터장은 “부산 치과대학에서 장애인 치과 진료법을 이론적으로는 가르치나, 실제 장애인 진료 경험을 쌓게 만들지는 않는다”면서 “장애인 치과 진료 경험이 익숙지 않은 치과의사들은 불안감과 공포감이 있어 일반 개원가에서 장애인들을 외면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오 원장은 “장애인 치과 진료를 하려면 인력이 2~3배로 드는데, 치료비는 별로 안 나와 경제성도 떨어지는 것도 일반 치과에서 장애인 치료를 피하는 요인”이라면서 “그렇다면 공공의료기관에서의 장애인 치과 치료가 중요한데, 공공의료기관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오 원장은 “최근 장애인치과센터가 있던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고 대구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서는 전신마취를 못하다 보니 대구, 안동, 포항 등지의 장애인들도 치과 치료를 받으로 부산으로 찾아온다”면서 “결국 3명의 치과의사와 4명의 치과위생사가 진료를 전부 감당한다”고 장애인 치과진료 인력들의 헌신과 어려움을 호소했다.

오형진 센터장

행동하는의사회 나눔과열림치과의원 황재혁 진료팀장은 “중증장애인은 장애로 인해 스스로 칫솔질이 어렵고, 원치 않은 턱 운동으로 인해 치아의 마모와 파절이 발생한다”면서 “그러나 치과로 이동하기 힘들고 장애로 인해 긴 진료시간과 추가적 진료 인원이 필요해 일반 치과의원에서는 현실적으로 진료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황재혁 진료팀장은 “중증장애인은 장기간 방치된 치주질환과 치아상실로 인해 전체 치아를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에 많은 비용이 든다”면서 “중증장애인 대다수가 경제력이 낮은데 국가의 재정적 지원이 없어, 나눔과열림같은 봉사단체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는다”고 비판했다.  

부산의료원 장애인치과센터 김부경 치과과장은 “중증 장애인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외에도 많은 보조인력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장애인치과센터는 치과의사 외에는 전담인력이 없다 보니 병원 내 다른 부서 인력의 도움을 받아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고 장애인 치과 진료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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