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여성재생산권 운동을 더 큰 파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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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여성재생산권 운동을 더 큰 파도로…
  • 건강과대안
  • 승인 2018.07.1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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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대안 칼럼] 여성 재생산 건강권 활동가 '레베카 곰퍼츠' 취재기 ② …이상윤 책임연구위원

본지는 건강 문제를 정치·경제·사회·문화·역사적 맥락에서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과 보건의료 이슈에 관한 정기연재 협약을 체결하고, 오늘(11일)부터 첫 연재를 시작한다.

그 시작으로 건강과 대안은 최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낙태죄 위헌, 이른바 ‘여성 재생산권’을 둘러싼 보건의료인들과 여성들의 활동을, 네덜란드의 산부인과 의사이자 여성재생산 건강권 활동가인 ‘레베카 곰퍼츠’의 내한 일정을 밀착 취재한 기사를 통해 대해 다룰 예정이다.

레베카 곰퍼츠는 낙태가 불법인 나라의 여성들을 돕기 위해 지난 1998년 ‘파도 위의 여성들(Women on Wave)’를 설립, 공해상에 배를 띄워 여성이 안전하게 임신 중단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임신중단 약물을 나눠 주는 등의 활동을 했다. 이 활동은 지난 2014년 ‘파도 위의 여성들’이란 제목으로 다큐멘터리로 다뤄지기도 했다. 이어 2005년 곰퍼츠는 약물을 나누는 도구를 ‘배’에서 인터넷의 바다로 옮겨 Women on ‘Web’으로 옮겨 임신중단에 관한 원격진료 지원 및 약물을 나눴다. 이곳을 통해 지난 13년간 전 세계 7만여 명의 여성에게 임신중단 약물을 보내고, 50만 건의 요청에 응답했다.

참고로 레베카 곰퍼츠는 건강과대안,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의 초청으로 지난 5일 한국을 방문해, 공식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국회토론회, 대중강연회, 7일에는 ‘낙태죄 폐지 촉구 퍼레이드’까지 참여했다.

기사는 ▲5일 기자간담회 ▲5일 국회토론회 ▲7일 낙태죄 폐지 촉구 퍼레이드 순으로 게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여성을 신뢰하면서 더 큰 규모의 운동을 만들어야 여성의 재생산권이 보장된다”

지난 5일 오후 2시에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낙태죄에서 재생산 건강으로’라는 주제로 레베카 곰퍼츠 방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정의당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동시 통역사들의 재능 기부로 진행됐으며 100여 명의 참석했다. 시종일관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집중력 높게 진행된 토론회를 통해 '젠더 이슈'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레베카 곰퍼츠는 네덜란드의 산부인과 의사로 위민온웨이브(Women on Waves), 위민온웹(Women on Web)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 곰퍼츠 박사는 배를 타고 공해상에서 낙태가 불법인 나라 여성들에게 낙태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최근에는 인터넷을 활용하여 온라인으로 임신중절 유도제를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 낙태를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낙태를 ‘형법상의 죄’로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는 지구상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은 낙태죄의 헌법 합치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앞두고 있는 상태이다.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서는 지난 2012년 한 차례 헌법재판소 위헌 소송이 진행된 바 있는데, 당시에는 ‘합헌’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빠르면 연내 결정을 앞두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데, 레베카 곰퍼츠 방한 행사 이러한 맥락에서 기획, 진행됐다.

국회에서 열린 '낙태죄에서 재생산 건강권으로' 토론회 (출처 = 이미옥)

토론회에 앞서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이상윤 연구위원은 지금 이 시기에 곰퍼츠 박사를 초청한 이유를 대해 세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낙태죄 폐지 문제는 국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지구적인 것이며, 한국의 낙태죄 폐지 운동 역시 이러한 전지구적 성 및 재생산 건강 및 권리 운동 활성화 맥락에서 파악돼야 한다. 레베카 곰퍼츠 박사는 이러한 것을 잘 드러내 줄 수 있는 인물이다.

둘째, 레베카 곰퍼츠 박사는 국제적 재생산권 운동에 있어서 특징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인물로, 그는 합법/불법 경계를 허무는 ‘직접행동’을 통해 이 이슈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사회적 토론을 활성화시키는 전략을 채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론적 직접행동주의’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 시기 한국 사회에 이러한 논란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초청했다.

셋째, 곰퍼츠 박사는 최근 ‘위민온웹’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면서 수술적 방법이 아니라 경구약 복용을 통한 낙태 방식을 대중화하고 있는데, 현 시기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경구 낙태약 도입 및 활성화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느껴 초청했다.

이어 레베카 곰퍼츠 박사가 발제에 나서 낙태죄 폐지를 위한 운동에 대해 ‘사실(Fact)’과 ‘증거(Evidence)’에 기반해 주장을 펼치며 ‘지역사회(Local)’에서부터 광범위한 운동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운동의 주장에 동조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법안을 바꾸거나 만들어야 하므로 정치인들도 이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와중에서 낙태 반대론자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으나, 낙태 반대론자들의 주장의 허구성과 비과학성을 폭로함으로써 그들의 주장의 근거를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과 ‘증거’는 우리 편이므로 더 많은 확신을 가지고 여성들을 신뢰하는 가운데 풀뿌리 차원에서 운동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에게 낙태란 매우 보편적인 일이며 드문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행위가 보다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의료인의 의무이며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측면을 강조했다.

더불어 낙태를 하면 정신건강에 안 좋다느니, 유방암 위험이 높아진다느니, 피임만 잘 하면 되는데 왜 낙태를 하느냐느니 하는 낙태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이러한 주장들은 ‘사실’과 ‘증거’에 기반해 다 반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곰퍼츠 박사는 ‘경구 낙태약’으로 알려진 미소프리스톨, 미페프리스톤의 효과성, 안전성, 편의성 등을 알리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한, 경구 낙태 약물로 미소프리스톨과 미페프리스톤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는 이를 이용한 낙태가,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구 유럽에서는 이제 50% 이상의 낙태가 경구 약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최근 낙태 합법화 결정이 내려진 나라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대중운동과 풀뿌리 운동의 중요성, 정치적 접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회 위원장이자 녹색병원 산부인과 의사인 윤정원 선생이 나와 ‘국내 인공임신중절 현황과 제도개선 방안’을 주제로 한국의 상황을 소개하고 남은 과제가 무엇인지 제시했다.

윤정원 선생은 최근 낙태죄 폐지에 대한 지지 여론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거론하며 낙태를 형법상 죄로 규정하여 처벌하는 형법을 하루빨리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낙태는 여성의 재생산 권리이며, 이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때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증가한다”며 “사회의 정의 실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정의’의 문제”라고 역설하였다.

더불어 그는 낙태가 죄로 남아 있는 현실에서 경구 낙태약이 보편화되지 못해 실제 ‘합법적’ 낙태조차도 더 위험하거나 권고되지 않는 수술적 방법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적 현실을 고려할 때, 하루 빨리 낙태죄는 폐지되고 합법적으로 경구 낙태약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선생이 위민온웹에서 받은 데이터 중 한국인의 이용 결과를 분석 발표했는데, 이것에 따르면 2015년 한국어 서비스가 이루어진 이후 한국인들의 위민온웹 서비스 이용자 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이 위민온웹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된 이유는 여러 가지 ‘사회경제적 이유로’ 낙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서 해당 서비스를 사용했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아울러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있는 사유인 ‘강간을 당해서’ 낙태를 하려한다는 응답자도 4.1%에 달했는데, 이는 한국의 경우 합법적 낙태조차도 여러 가지 이유로 장애가 있고 접근성이 높지 않음을 보여준 것.

윤 선생은 “낙태 합법화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공공의료 체계 내에서 안전하고 질 높은 낙태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의과대학 및 전문의 교육훈련과정에 이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면서 “국가가 나서서 낙태와 관련된 표준진료지침을 마련하고 질 관리를 해야할 뿐 아니라 경구 낙태약 사용 보편화를 위한 운동도 현실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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