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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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왜죠?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8.03.15 17:1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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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거무효소송과 3·11 임총을 보며…진짜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

‘사상 초유’라는 말이 지겨울 정도였던 치과계 첫 직선제와 제30대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회장단 선거무효소송이 지난 11일 임시 대의원총회를 통해 뭐가 됐든 응급처방을 끝냈다.

임총 결과를 두고 소송단과 치협, 회원들의 말은 많지만 어쨌든. 재선거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1년여에 걸친 소송과 판결, 기자회견 그리고 소송과 기자회견과 성명서, 판결, 기자회견, 반박 성명 등등으로 점철돼 가는 기자들의 빡센(?) 일정과 회원의 피로감 가운데서도 사태의 핵인 ‘제29대 최남섭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은 기사 중간의 수식어처럼 조용히 묻혔다.

최남섭 전 협회장과 그 이하의 임원들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치협 회원들의 ‘잔칫상’인 협회장 첫 직선제에 절차상 오류라는 거대한 ‘똥’을 투척한 뒤, ‘완전무결한’ 해명과 함께 손을 털고 사라졌다.

최남섭 전 집행부와 전 선관위의 만행을 본지는 기사를 통해 몇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소송단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관례’란 이름으로 절차와 상식을 무시한 일이 선거무효소송의 직접적 원인이었다.

재판부 판결문에서 언급됐듯, 다른 잘못은 차치하고서라도 ▲문자투표만을 온라인 투표로 본 것 ▲치협 자신의 선거관리규정 위배 등이 선거무효소송이 무효처리 된 결정적 내용이었다.

특히 최남섭 전 집행부와 선관위가 저지른 명백한 잘못은 법원에서도 인정했듯 '선거 20일 전에 투표방법을 공고하지 않는 등 선거관리규정을 위배한 것'과 '선거권 누락 원인을 회원의 무관심으로 치부한 것'이다.

또 최 전 집행부는 ▲직선제 당위성 입증에만 시간 소모 ▲지부분담금 등 회비 3회 이상 미납자의 선거권 박탈 등 비상식적인 선거권 범위 부여 ▲늑장 선관위 구성 ▲콜센터 업무 메뉴얼 부재 ▲선거인명부 작성에 있어 지부와의 소통 및 협조 부진 ▲선거 홍보 부족 ▲과도한 선거운동 규제 ▲최남섭 전 협회장의 특정 후보지지 인터뷰와 같은 관권선거 ▲불법 여론조사 방치 등 무능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 결과 1,434명의 회원이 선거인명부에서 누락 돼 선거권을 행사조차 하지 못했다. 이번 소송에서 드러난 것처럼 치협 전체 등록회원 29,432명 중 해외체류자 등 지부 미등록회원은 8,813명, 연회비 및 기타부담금 3회 이상 미납회원 6,861명, 2016년 당시 면허취득자로 입회비 포함 미납회수가 2회 이하임에도 선거권을 갖지 못한 회원도 148명이었다. 총 회원의 53%에 이르는 15,674명이 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이러한 최남섭 전 집행부와 전 선관위의 ‘무능과 무책임’을 지적하며 “회원들의 잃어버린 권리를 되찾겠다”고 일반 회원들이 분연히 일어나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선거무효소송이 시작됐고, 소송 8개월여 만에 30대 회장단 선거가 명백한 절차상 오류로 인한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냈다.

2017가합104949 선거무효확인 소송에 관한 서울동부지방법원의 판결문 일부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책임자인 최남섭 전 협회장과 집행부, 전 선관위원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책임이 있는 29대 선관위원이 ‘경험자’로서 30대 선관위원으로 들어가 있는가 하면 이번 선거의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꾸려진 선관위 산하 ‘진상규명소위원회’에서는 “모두의 잘못”이라며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소송이 길어지고 법리적 다툼과 주장이 엇갈리고, 피해자이면서도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게 된 김철수 전 집행부는 안일한 대응과 어정쩡한 행보를 보였다. 그들은 소송단과 법원이 강조하던 ‘절차적 오류’를 수정하지 않고 관례적으로 무시하고 추진해 ‘임총’까지 열리게 만든 책임이 있다.

반면에 소송단도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처럼 김철수 전 집행부의 관례적 정관 수행을 ‘꼼수’로 보고 본격적으로 김 전 집행부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그 사이에 최남섭 전 협회장과 집행부, 전임 선관위, 진짜 잘못한 사람들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어쨌든 봉합을 이뤘다는 이번 임총 결과를 보면서도 불안하긴 매한가지다. 소송단이 다시 소송을 걸지 않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선거무효소송 판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게 바로 ‘자체규정 비준수’였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 자기 말을 번복한 것. 이는 개인과 집단의 편의성 내지는 이익에 기준과 원칙이 휘둘려선 안된단 얘기다.

소송단의 말처럼 또 다시 절차상 원칙을 저버린 대가는 치과계가, 특히 애먼 젊은 치과의사들이 치러야 할 것이다.

이번 임총에 공보의 대표로 나온 대의원이 “외부의 힘을 빌어 치과계 내부의 일을 해결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법에까지 호소하게 된 배경은 바로 ‘말이 안통해서’다. 한 대의원은 임총에서 소송단이 자신들을 가르치려 든다며 역정을 내기도 했는데, 동시대 한국을 살아가는 한국인이지만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집안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가령 우리집 꼰대라던지. 하물며 대의원끼린데.

아무튼, 법원의 판결도 단순했고 해결책도 단순했지만, 사태가 커진 이유엔 ‘물밑접촉’을 통해 소송단과 치협은 서로의 악감정만을 확인한 건지 서로를 정치세력이라 폄훼하며 해결의 기미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이번 임총에서 치과계 회무 관행 적폐 청산이라는 선거무효소송을 지지한 이들이 바라는 결과까진 도달하지 못했지만, 소송단이 이끌어낸 선거무효소송 승소의 의의 “치과계 직접 민주주의 승리이며, 회원을 등한시한 치과계 회무 관행 적폐에 경종을 울렸다”는 사실은 멋진 패배의 선례로 남을 거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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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8-03-20 13:40:29
기자님의 예리한 시각
잘 봤습니다.
특정후보 지지하다보니 그리된거 아닌지요?
그 후폭풍으로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회원과 현집행부에게 전가된듯.

부회장은30대에 대부분유임 2018-03-16 14:34:07
29대 집행부에서 일한 부회장 대부분이 30대를 위해 일하고 있으니 책임이 없는게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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