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 시와 시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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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시와 시조 4
  • 송학선
  • 승인 2017.11.20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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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 송학선의 한시산책 55] 솔바람 소리, 계곡 물소리, 송금松琴 계금溪琴.
(ⓒ 송학선)

추워졌습니다. 아침 운동 길에 은행나무 노란 잎을 우수수 떨어지게 하는 찬바람이 코끝을 스칩니다. 문득 차중락車重樂(1942~1968)의 노래가 생각나서 흥얼거리다가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 가는 줄 왜 몰랐던가’라는 대목에 정말로 코끝이 진하게 싸~ 해집니다.

망제忘題 제목을 잊다 / 송천松川 양응정梁應鼎(조선朝鮮151914-1581)
녹수금림학綠水琴林壑 푸른 물은 골짝 숲의 거문고
단풍금객의丹楓錦客衣 붉은 단풍은 나그네의 비단 옷
석양산하로夕陽山下路 저녁 빛에 산 아래 길로
금여백운귀今與白雲歸 지금 흰 구름 함께 돌아가리
 
양응정梁應鼎(1519중종14-1581선조14)은 부친 양팽손梁彭孫이 기묘사화己卯士禍에 정암靜庵조광조趙光祖 충암冲庵김정金淨 등을 위해 소두疏頭로 항소抗疏하여 기묘당적己卯黨賊에 연류 삭직削職되고, 정암靜庵이 사사賜死되자 시신을 수습한 일 등으로 은둔할 수밖에 없었던, 온 집안에 사화가 뼈저리게 각인된 인물입니다. 문장추구의 집념에 척신戚臣과 갈등, 절조節操의 삶 추구, 회재불우懷才不遇의 심정을 변새풍邊塞風의 시로 표출한 시인입니다. 석천石川 임억령林億齡을 스승으로 삼고 정철鄭澈, 김성원金成遠 등과 그 당시 호남 문단을 대표하던 식영정息影亭 문단文壇의 문인이었습니다. 

작자 미상의 시조 한 수도 읽습니다.

임천林泉을 초당草堂 삼고 석상石床의 누어시니
송풍松風은 검은고요 두견성杜鵑聲은 노래로다
건곤이乾坤이 날더러 니로대 함게 늙쟈 하더라
출전出典<고금가곡古今歌曲 128>
 
임천林泉은 하도 많이 나온 이야기라 다 아시는, 나이 들며 은둔하여 살고 싶은 숲, 석천송풍지간石泉松風之間입니다. 검은고가 거문고입니다.

한시 한 수 더 읽습니다.

독목교獨木橋 외나무다리 /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조선朝鮮1435-1493)
소교횡단벽파심小橋橫斷碧波潯 작은 외나무다리 푸른 물에 가로 걸쳐있고
인도부람취애심人渡浮嵐翠靄深 하늘거리는 이내 건너니 푸른 노을 깊다
양안선화경우윤兩岸蘚花經雨潤 양 언덕 이끼는 보슬비에 반짝이고
천봉추색의운침千峰秋色倚雲侵 뭇 봉우리 가을빛은 구름에 잠겼는데
계성타출무생화溪聲打出無生話 시냇물 소리 무생의 이야기를 치고 나오고
송운탄성태고금松韻彈成太古琴 솔바람 소리 태고의 거문고를 탄다
차거정려지부원此去精廬知不遠 그 절 여기서 멀지 않겠거니
원제백월시동림猿啼白月是東林 밝은 달 아래 잔나비 우는 바로 동림사

김시습金時習(1435세종17-1493성종24)의 본관은 강릉, 자字는 열경悅卿, 호號는 매월당梅月堂, 동봉東峰, 동봉은자東峰隱者, 벽산청은췌세옹碧山淸隱贅世翁, 청한자淸寒子 등을 쓰고, 법호法號는 설잠雪岑이며, 시호諡號는 청간淸澗입니다. 어릴 적부터 신동이었고,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에 불만을 품고 은둔생활을 하다 승려가 되었으며, 일설에는 그가 사육신의 시신을 몰래 수습하여 노량진에 암장했다는 이야기가 도는, 해동海東의 백이伯夷라 불리던 생육신입니다.

중국에는 백거이白居易(당唐772-846)가 초당草堂을 짓고 《비파행琵琶行》등의 시가詩歌를 읊었던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김해金海 신어산神魚山에 가락국駕洛國(43-532) 초기 김수로왕金首露王의 왕비인 허왕후의 오빠 장유화상이 창건한 동림사東林寺가 있습니다. 매월당梅月堂이 어느 동림사東林寺를 염두念頭에 두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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