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낙수향落水響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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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낙수향落水響에…
  • 송학선
  • 승인 2017.07.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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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 송학선의 한시산책 46] 처마 낙수향落水響에 낮잠을 깨고 보니
(ⓒ송학선)

여름 장마철에 어울릴 시조 한 수 지었습니다.

처마 낙수향落水響에 낮잠을 깨고 보니
취벽翠碧 산 빛 아래 원익청향遠益淸香 전해온다
아희兒㝆야 거문고 내어라 화편花編 가락 치리라
                                   
취翠는 물총새 꽁지색인 비취빛을 말합니다. 그래서 취벽翠碧은 짙푸른 산 빛입니다. 원익청향遠益淸香은 주돈이周敦頤의 애련설愛蓮說에 나오는 향원익청香遠益淸 연꽃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다는 이야기에서 가져 왔습니다. 

화편花編은 여창가곡女唱歌曲 편삭대엽編數大葉 계면조界面調 가락을 말합니다. 그 가사는 이렇습니다. 모란牧丹은 화중왕化中王이요, 향일화向日化는 충신忠臣이로다. 연화連花는 군자君子요, 행화杏花 소인小人이라. 국화菊花는 은일사隱逸士요, 매화梅花 한사寒士로다. 박꽃은 노인老人이요, 석죽화石竹花는 소년少年이라. 규화葵花 무당巫堂이요, 해당화海棠花는 창녀娼女로다. 이 중中에 이화梨花 시객詩客이요, 홍도紅桃 벽도碧桃 삼색도三色桃는 풍류랑風流郞인가 하노라.  이 곡은 정악으로, 노래 뿐 아니라 거문고로도 연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향원익청香遠益淸 뿐 아니라 화편의 이런 저런 꽃 이야기도 가져온 주돈이周敦頤(북송北宋1017-1073)의 ‘애련설愛蓮說 연꽃 사랑 이야기’도 함께 읽어 보겠습니다. 

수육초목지화水陸草木之花 물과 뭍의 풀과 나무의 꽃은
가애자심번可愛者甚蕃 사랑할만한 것이 대단히 많다
진도연명독애국晉陶淵明獨愛菊 진나라의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사랑하였고,
자이당래自李唐來 이씨의 당나라로 부터
세인심애모란世人甚愛牡丹 세상 사람들이 모란을 몹시 사랑했으나,
여독애련지予獨愛蓮之 나는 홀로 연꽃을 사랑한다
출어니이불염出於泥而不染 진흙에서 나왔어도 물들지 아니하고,
탁청연이부요濯淸漣而不夭 맑은 물 잔물결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고
중통외직中通外直 속은 통해 있고 밖은 곧아
불만부지不蔓不枝 덩굴 지지 않고 가지도 없으며,
향원익청香遠益淸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정정정식亭亭淨植 우뚝 깨끗하게 서 있으니,
가원관이부가설완언可遠觀而不可褻翫焉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함부로 가지고 놀 수 없다
여위予謂 나는 말하겠다
국菊 국화는
화지은일자야花之隱逸者也 꽃 중의 은일자요
모란牡丹 모란은
화지부귀자야花之富貴者也 꽃 중의 부귀자요
연蓮 연은
화지군자자야花之君子者也 꽃 중의 군자라
희噫 아,
국지애菊之愛 국화를 사랑함이
도후선유문陶後鮮有聞 도연명 이후엔 들은 적이 드물고
연지애蓮之愛 연꽃을 사랑함이
동여자하인同予者何人 나와 같은 이가 몇이나 될까?
모란지애牡丹之愛 모란을 사랑함은
의호중의宜乎衆矣 의당히도 많을 것이리라.

돈敦은 도탑다, 힘쓰다, 노력하다는 뜻이구요, 이頤는 턱인데 이는 주역 이괘頤卦에서 설명이 됩니다. 이괘頤卦는 산을 상징하는 ☶간괘艮卦 아래 우레를 상징하는 ☳진괘震卦가 놓여있어 움직이지 않는 상악上顎에 움직이는 하악下顎이 붙어있는 턱을 나타낸다고 했습니다.
번藩은 우거지다, 많다는 뜻이구요. 연漣은 잔잔한 물결의 움직임, 이어지다, 물놀이라는 한자입니다. 그리고 설褻은 더럽다, 더럽히다, 속옷 이란 뜻이 있구요 완翫은 가지고 놀다, 기뻐하다는 뜻의 한자입니다.
 
주돈이周敦頤(1017-1073)의 자는 무숙茂叔 호는 염계濂溪입니다. 강서성 여산廬山 기슭에 있는 염계에서 염계서당을 짓고 살았기 때문에 호를 염계라 붙였습니다. 북송의 대 유학자요, 송학宋學의 비조로, 그의 학설 가운데 <태극도설太極圖說>은 주자朱子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덧붙여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유의어 사전이자 언어 해석 사전인 <이아爾雅>에 연꽃을 줄기는 가茄이고 잎은 하蕸이고 밑동은 밀蔤이고 꽃은 함담菡萏이고 열매는 연蓮이고 뿌리는 우藕이고 씨는 적菂이며 적의 가운데가 의薏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신경준申景濬 <순원화훼잡설淳園花卉雜說>에는 함담菡萏은 꽃이 피기 전의 상태를 지칭하고, 꽃이 피고나면 부용芙蓉 혹은 부거芙蕖라고 부른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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