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 손과 찬 술을 마시며 장난삼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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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날 손과 찬 술을 마시며 장난삼아 짓다
  • 송학선
  • 승인 2017.01.24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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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 송학선의 한시산책 34] 동일여객음냉주희작冬日與客飮冷酒戱作 겨울날 손과 찬 술을 마시며 장난삼아 짓다 / 이규보李奎報
(ⓒ송학선)

동일여객음냉주희작冬日與客飮冷酒戱作 겨울날 손과 찬 술을 마시며 장난삼아 짓다 / 이규보李奎報(고려高麗1168~1241)

설만장안탄가대雪滿長安炭價擡 장안에 눈이 가득하여 숯 값이 올랐기에
한병동수작향배寒甁凍手酌香醅 찬 병에 든 거르지 않은 향기로운 술을 언 손으로 따라 마신다
입장자난군지불入腸自暖君知不 장에 들어가면 절로 따듯해진다는 걸 그대는 아실랑가
청대단하상검래請待丹霞上臉來 두고 보시게나 이제 곧 뺨에 붉은 노을이 올라올 테니

한시산책에 처음 올린 시詩가 이규보의 시였지요. 다시 소개 합니다. 시, 거문고, 술  세 가지를 지독하게 좋아해 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이라 불리던 이규보李奎報(1168∼1241)는 고려高麗의 문신입니다. 본관은 황려黃驪. 초명은 인저仁氐, 자는 춘경春卿, 호는 백운거사白雲居士, 백운산인白雲山人이며, 시호는 문순文順입니다.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으로 유명하며, 고주몽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서사시 동명왕편의 저자이기도 하지요. 무인 집권기의 화를 피하여 살아남은 소수의 문인 중의 한사람입니다.

이규보는 당대 큰 문장가이던 이인로李仁老와는 정반대의 문학관을 갖고 있었는데, 이인로의 용사론用事論이 과거의 고전에서 좋은 구절을 응용하여 시를 짓자는 의견인 반면 이규보는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여 시인 자신의 목소리로 독창적인 표현을 써야한다는 신의론神義論을 주장했습니다. 때문에 이규보의 작품에는 기존 한시에서는 쓰지 않았던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그 표현이 탁월한 명구名句가 많습니다. 이 시도 기발하고 재미있지 않습니까?

곧 설입니다. 물가가 장난이 아닙니다. 설 잘 쇠시고 새해에는 늘 웃음 가득한 일만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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