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의 사소한 행동이 주는 즐거움
상태바
여행지의 사소한 행동이 주는 즐거움
  • 김광수
  • 승인 2016.09.13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광수의 중국기행⑩] 여산, 동림사

김광수 원장은 여산과 동림사를 구경하며 중국 불교의 소박한 매력을 음미한다. 아울러 숙소 예약, 길찾기 등 여행지에서 행동 하나하나가 김 원장에게 소소한 재미로 다가온다. 이번 여행기는 그가 느낀 소소한 재미의 기록이다. 

-편집자-

 

하이탕 따저우뗀 호텔의 숙박비는 300위안, 우리 돈으로 54,000원이다. 그리 고급 호텔은 아닌, 오래된 4성급이다.

이 부분에서 “배낭여행을 한다고 하면서 저놈이 하룻밤에 오 만원씩이나 써야 되겠나” 하고 걱정해 주시는 분도 있을 수 있다. 내가 누구냐. 나도 그렇게 돈 쓸 사람은 아니다(배낭에 관심이 없으신 분은 이 부분은 그냥 넘어 가시라고 전해라...).

기차표 예약을 ctrip.com 홈페이지에서 하는데(신용카드로-그러니까 예매다) 이상하게 차비보다 꼭 20위안씩을 더 받는다. 그게 뭔지 이상했는데, 아마도 자기들 예약 수수료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차표를 총 17장 뽑았더니 340위안이다. 한국 돈으로 61,200원이니 적은 돈은 아니다.

이 20위안이 뭔가 하고 찬찬히 찾아봤더니, 그 돈이 요즘 말하는 포인트가 되는데, 그 포인트로 호텔에 묵을 수가 있다는 거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얘들이 뭐 이렇게까지 잘해줄라구?

어쨌든 구강에서는 유스호스텔이 없으니까 일반 숙소에서 묵어야 할 테고, 밑져야 본전이다. 외국인도 되나? 호텔이 예약을 받으면 되는 거겠지.

그래서 속으로 “하이탕따저우쪤에 가서 프런트에서 접수할 때에는 한껏 외국인인 것처럼 영어만 쓰고, 중국어 전혀 안 쓰고 그래야지. 약점 보이면 안 돼. 중국 호텔이니까, 영어 쓰는 사람한테는 잘 해 줘야 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하며 깜깜한 밤길에 호텔 불빛이 보이자 영어를 연습했다.

“Well, I made reservation for tonight, on internet, at Korea(전치사가 좀 틀릴 수도).”

그렇게 해서 주섬주섬 예약한 출력을 보여줬더니, 프론트 아가씨가 한참 자기네 팩스 프린트를 찾아보고는 바로 “OKey, you have already paid!”라고 하더라. “already paid”라는 말이 어찌나 반갑게 들리던지.

▲인민법원

앞의 백악관 같은 건물은 인민법원이다. 법 집행의 엄정함. 법의 권위가 있어야 한다. 구강은 개발에서 소외된 비교적 작은 도시인데도 법원은 크다.

이제 아침을 먹고 여산으로 간다. 여산은 그 자체가 3박 4일 코스다. 코스도 무척 다양하다. 한국의 설악산을 생각하면 신흥사 코스, 오색약수 코스, 백담사 코스처럼 기기묘묘한 절경이 많다. 게다가 그 산 속에 또 큰 마을이(위락 휴양지가) 있다. 거기에서 모택동도 머물고, 강택민, 장개석도 머물고 했다고 하더라.

나는 오늘 밤차를 타고 무한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그래도 여산이 그 정도 코스인줄은 몰랐다. 알았다고 해도 일정이 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아무튼 여산은 나중에 3박 4일로 다시 한 번 와야 한다. 오늘은 일단, 서림사(西林寺), 동림사(東林寺) 찾는 것만으로 만족하자. 나는 아직까지 어떻게 동림사를 가는지조차 모르지 않느냐. 서림사는 동림사 바로 옆에 있는데, 그건 동림사의 인기를 모방한 짝퉁이 아니다. 동림사와 함께 오래된 유서 깊은 절이다.

구강 시외버스 터미널(커윈짠 -客運站)에서 일단 여산 가는 버스를 탄다. 인근인데, 시내버스처럼 다 들리니까 약 40분 걸린다. 가는 도중의 풍경이 좋다. 이 남방은 호수가 많고, 늪이나 소택지가 많다. 과거에는 그것이 쓸모가 없었겠으나, 지금은 모두 관광자원이고, 환경 자산이다. 어의 어떤 곳은 하와이 해변가 비슷하기까지 하다.

야자수 같은 것이 있어서 그런지 버스타고 가 보는데 동네가 정말 마음에 든다. 조용하고, 차분하고, 수려하다.

▲시외 터미널
▲기독교 교회

구강은 오래된 도시인데 개발에서 낙후된 도시이다. 오래 전에 지어진 기독교 교회가 크다.

▲901번 버스 노선도

901번 버스가 여산 역까지 간다.

▲교외에 지어진 체육관
▲호수가 많다.
▲드디어 여산 역. 조그마하다. 그동안의 소흥 역이나, 항주 역과 비교해도 좋다.
▲아 도연명...!! 여기가 도연명의 고향이던가? 그건 미처 몰랐네!!

그럼 도연명의 시에서 등장했던 남산이 바로 여산이었다는 말인가!!

「菜菊東籬下(채국동리화) - 동쪽 울타리에서 국화꽃을 따 들고

悠然見南山(유연견남산) - 유연히 남산을 바라본다」

여산마을 종점. 여산 마을은 구강에 비해서는 아주 작다. 그저 버스종점 정도이다. 그런데도 고속열차(D- 動車)는 흔치 않게 있다(인근 구강으로 가서 연결되는 것 같다).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등산을 해야 하나?

지도만 보고 찾아가기에는 너무도 막막하다. google 지도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핸드폰이나 ipad의 구글지도 안쓴다. 통신료가 얼만데... 대부분 오지에서는 되지도 않는다). 가는 길에 아줌마가 따라 붙는다. 관심 없는 척 하면서도 관심을 유지했다.

“아줌마 나 밥부터 먹을껀데?”

“뭐 먹을낀데?”

글쎄 좀 보구...

보고 자시고 할 것 없이 허름한 국수집 밖에 없다. 그냥 들어갔다. 그러니까 아줌마도 따라 들어왔다. 자기가 메뉴고 뭐고 다 시켜준다. 음식 값도 무척 싸다(7위안이던가?). 아줌마는 내가 국수를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다. 허참.

 

국수를 다 먹고나니 , 이제 어쩐다?그 아줌마 태도에 마음이 움직인다. 뭐 다른 수도 없지만. (몇시간 동안 걸어가는 수는 있지)

“당신 어디 가는데? 뤼쌴?”

“똥린쓰”

“똥린쓰? 뤼쌴 아니고?”

“똥린쓰 지이콰이?”

아마 꽤 깎은 것 같다. 그래서 50위안이다(만원도 안 된다). 그 아줌마는 카라반 같은 차를 몰고, 교통편의 관광안내를 제공하는 것이다.

“나중에 친구들하고 와라, 잘해줄게”

즉, 10인승 차에 혼자 타나 10명이 타나 값은 똑 같다. 그러니까 너 혼자라서 깎아주기는 하는데, 사실은 많이 와도 그 값이니까 비싼 게 아니라는 그런 얘기다. 사실은 택시비나 마찬가지이다. 그래도 아줌마가 서너 시간 동안 (여산의 경우) 계속 따라다니며 설명해 주고 수발해준다. 결론적으로 아줌마 덕분에 동림사 찾는 고생 안하고, 편하게 잘 갔다 왔다는 거다.

그 아줌마는 지금도 고맙다. “아줌마, 고마워요!!”

▲저 멀리 여산이 보인다.
▲사찰 입구
▲서림사. 6조 고찰, 반야, 해탈.

6조는 남북조 시대를 말한다. 5세기 남방 한족 위조의 표현으로(북조는 무시하고) 남조만 6개라고 해서 6조다. 위나라, 진(晉)나라, 그리고 송, 제, 양, 진(陳)나라다.

▲서림사
▲경전들과 법문집들

여기 있는 경전들과 법문집들은 자유롭게 가지고 갈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경전유포를 위해서 돈을 좀 넣는 게 낫다.

▲대웅전
▲탑
 
▲서림사 탑
 
▲탑 속
▲소동파가 지은 제 서림벽

부처님 뒤로 멀리 여산이 보인다. 본래면목을 뒤로 하고 서림사를 나선다. 다음은 동림사를 가볼 차례이다.

▲부처님 뒤로 여산이 보인다
다음은 동림사를 가볼 차례이다.
 
▲대웅보전
▲대웅보전
▲삼존불
▲유마힐루
▲단장한 정원

이토록 유서 깊고 고졸한 절이 손님(관광객) 맞이를 위해 이렇게 정원을 꾸리고 분칠하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그토록 꿈에 그리던 청순하고 순박한 그녀가, 만나보니 화장하고 머리하고...음..). 멀리 여산은 여전히 잘 보인다. 청산은 말이 없다.

▲나한전(아라한)
▲호법 역사
▲총명천

이 총명천은 유명하다. 이런 자연물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역사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절 뒤에는 대개 이런 죽림들이 많다.

이런 죽림을 보면, 기왓장이 대나무에 부딛히는 소리를 듣고 깨달았다는 어느 선사의 고사가 생각난다. 그만큼, 선종사찰 뒤에는 죽림이 많다는 뜻이다.

▲탑으로 올라가는 계단.
 
 

이제 여산 역으로 돌아왔다.

▲개발에서 밀려난, 개발에서 빗겨간 퇴락한 시골 동네의 오래된 여관. 도연명 여관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여산에서 한구(漢口)가는 기차는 오후 2시 46분. 가겟방에 배낭 맡긴 것을 찾고 나니 한시간 반이 남았다. 어쩐다? 어디 갈 데도 없고. 그냥 기차역에서 시간을 까먹기로 한다.

▲기차역에서 파는 무알콜 맥주. blue collar 라고 표시되어 있다.
 
 

 

그렇게 해서 기차 타고 한구(武漢 武昌)로 가는데. 아차, 도연명 박물관에 안 가봤다. 할 수 없다. 다음에 가기로 한다. 動車(똥처-D로 표시된다)는 일종의 고속열차(한국으로 따지면 KTX)인데, 정식 고속열차보다는 가격이 한 급 아래다.

종래의 특급(快速-콰이쑤, K) 노선 이외에 고속 철로를 새로 깔았는데, 고속 초기에는 동차를 주로 편성했다가 나중에 완공되면 주로 고속(G)으로 바뀐다. 고속열차 초기에는 대부분 똥처(D)였다. 도착 시간을 보니 17시 06분이다. 시간이 高鐵(Gao-tie, 고속철도)보다 약간 더 걸린다. 그래도 이 먼 거리를 두 시간 반이면 거저 가는 것이다.

표를 보니 흐미, 그것도 일등석을 탔다. 짠돌이가...

그렇게 한구 역에 도착했다.

▲한구역 전경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