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여전히 구강질환 발생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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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은 여전히 구강질환 발생요인이다
  • 정세환
  • 승인 2016.08.30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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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산업구강보건②] 직업에 따른 구강건강 차이

육체노동자와 비육체노동자, 일용직 노동자와 정규직노동자, 단순노무자와 전문가 어느 쪽이 더 건강할까?

비육체, 정규직, 전문가 쪽이 더 건강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렇다면 구강건강은? 마찬가지로 더 나은 노동조건의 직업에 종사하는 집단에서 더 나은 구강건강 수준을 보인다는 국내외의 여러 조사결과가 있다.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비육체, 정규직, 전문가 쪽에서 치주질환 유병률이 더 낮다는 분석결과가 한 예다.

▲<직업 구분에 따른 치주질환 유병률의 차이: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심층분석 결과> ※ 직업1: 단순노무, 직업2: 기능원, 장치기계조작, 직업3: 농림어업숙련, 직업4: 서비스 및 판매, 직업5: 사무, 직업6: 관리자, 전문가 /신보미. 2014년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구강건강불평등 세미나 발표자료.

직업에 따른 건강상의 차이는 업무 자율성과 스트레스와 같은 사회·심리학적 영향과 건강에 관련된 사업장의 환경적 영향에 의해 설명된다. 더 나은 직업일수록 업무 자율성이 높고 스트레스가 적으며 건강에 보다 유리한 환경이기에 더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기가 더 용이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직업에 따른 치주질환 유병률의 차이도 동일한 방식으로 설명 가능하다. 치주질환이 자율성과 스트레스, 사업장 환경에 영향을 받는 흡연과 구강위생관리, 정기적인 치주관리 서비스 등과 뚜렷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사회에 직업에 따른 구강건강상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 차이가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근거들이 꽤 축적되어 있다. 즉 직업이 구강질환의 발생요인이라는 의미이다. 치과계에서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이러한 인식은 1980년대 말엽에 노동운동의 성과와 연계되며 사업장 구강검진과 직업성 치아부식증의 법정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 직업에 따른 구강건강상의 차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시도를 찾기 어렵다. 치과 의료인 역시 과거와 달리 직업에 따른 집단적인 차이를 드러내고 격차해소를 옹호하는 역할을 더 이상 맡지 않으려 한다.

직업이 구강질환 발생요인이라는 사실은 여전한데 왜 직업에 따른 문제인식과 개입은 사라진 것일까? 1997년의 IMF외환위기 이후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아래 진행된 노동시장 유연화, 구조조정, 정리해고제도, 비정규직 양산 법 등 신자유주의 체제하에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과거와 크게 달라진 직업과 노동 상황의 변화를 직시하며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 노동자의 구강건강에 관한 치과계의 역량이 대폭 줄어든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직업은 여전히 구강질환의 발생요인이고 이로 인한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시도들은 여전히 중요하다. 산업구강보건 영역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인 사업장 구강검진으로부터 발전했던 성인 구강검진의 직업 관련성이 여전하다.

2008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육체, 일용직, 단순노무자의 정기 구강검진 미수진율이 보다 높다는 점에서 뚜렷이 드러난다<그림 2>. 따라서 성인 구강검진의 직업간 격차 문제로부터 직업에 대한 치과계의 역량을 결집하려는 시도가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성인 스케일링의 직업 간 차이를 확인하고 구강검진과 스케일링을 함께 고려할 수도 있겠다. 

▲<직업 구분에 따른 정기구강검진 미수진율의 차이: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심층분석 결과> ※ 직업1: 단순노무, 직업2: 기능원, 장치기계조작, 직업3: 농림어업숙련, 직업4: 서비스 및 판매, 직업5: 사무, 직업6: 관리자, 전문가 / 출처: 신보미. 2014년 건치 구강보건정책연구회 구강건강불평등 세미나 발표자료.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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