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이해가 재택진료의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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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이해가 재택진료의 근간”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6.08.24 18: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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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련 치과에 가다②] 타치가와소고치과병원 이이지마 레나(飯嶋玲奈) 치과위생사 인터뷰

앞서 소개한 민의련 타치가와소고치과병원은 도쿄도내 308만여 명에 이르는 고령자를 위시해, 다른 치과병원보다 고령자, 특히 재택진료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소고치과병원 방문 당시, 재택진료에 동행해 그 현장을 정말 보고 싶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이유인 즉 민감한 환자 개인정보 문제도 있었지만, 방문 며칠 전 도쿄 모 병원에 칼 든 괴한이 잠입, 의사를 위협한 사건 때문에 ‘외부인’에 대한 환자들의 경계 분위기가 확산된 탓도 있었다.

그렇게 나의 동공은 방황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다행스럽게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재택진료 동행 무산의 아쉬움을 달래줄 인터뷰이가 등장했다.

▲ 이이지마 레나 선생

6년차 치과위생사로서 여기 소고치과병원에서는 3년 반째 재택진료를 수행하고 있는 이이지마 레나(飯嶋玲奈)선생을 인터뷰 할 수 있었다. 특히 그는 치매환자 진료에 깊은 관심을 갖고 ‘Humanitude'란 접근법을 통해 치매환자의 구강케어를 하고 있어 인터뷰 내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Humanitude'란 프랑스에서 개발된 치매환자 및 고령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기법으로 Human과 attitude의 합성어로, 프랑스식 발음으로 보통 ’위마튀드‘라 한다. 이는 ’인간적인 태도로 환자를 대한다‘는 단순한 개념이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대상자에 대한 관찰과 이해가 필요하다.

이이지마 선생은 학부시절 우연히 재택진료를 견학하고 ‘치과위생사가 되면 재택진료를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당시 그가 동행한 곳은 사이타마현의 한 시골마을이었는데, 마을 가까운 곳에 치과도 없고, 그마저도 차가 없으면 이가 아파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위해 치과재택진료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재택진료가 활성화 된 치과병원을 찾아 이곳 소고치과병원까지 오게 됐고, 학생시절 바라던 대로 치과재택진료를 수행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힘든 일 일 텐데 그의 얼굴은 구름한 점 찾아볼 수 없이 밝았고, 목소리는 경쾌했다.

▲ 소고치과병원의 재택진료의 한 장면 (ⓒ民医連)

환자 눈 높이에 맞춰
그 사람을 이해해가며
치료할 수 있는 ‘재택진료’

“재택진료 환자 중 상당수가 치매환자다. 이 분들은 가족이나 사회복지사가 재택진료를 신청해 이를 받는데, 문제는 그분들이 인지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치과치료를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것처럼 당황키도 하고, 반대로 우리를 당황시키기도 한다.

이 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치과치료를 받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중에 ‘Humanitude'에 대한 강연을 소고치과병원 대표로 가서 듣게 됐다. 간단히 말하자면, 치매환자는 현재에 대한 인지력이 떨어질 뿐이지 과거는 본능적으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분들을 관찰하고 그에 맞춰 대응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환자분이 있었다. 칫솔질을 해드려야 하는데, 도무지 입도 벌리지 않으시고 해서 어떻게 해냐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분은 과거에 세면대 앞에서 거울을 보면서 양치하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도 세면대 앞까지 데려가기는 어려워 손거울을 받치고 한 손엔 칫솔을 쥐여 드렸다. 그랬더니 자신이 아니라 거울을 들고 마주보고 있는 내 치아를 닦아 주셨다.

순간 당황했지만, 그래도 이 분이 어떤 식으로 이걸 인식하는지 알게 됐다. 그래서 우선 “할머니 감사합니다. 제 이를 깨끗이 해 주셨으니까 이번엔 제가 해 드릴께요”하고 새 칫솔을 꺼냈다. 그러자 순순히 자신의 입을 벌려주셨다. 이런 식으로 환자를 이해하면서 케어할 수 있는 건 치과재택진료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소고치과병원은 물론 민의련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치매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와 관련한 컨퍼런스와 워크샵을 열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는 활동도 하고 있다.

▲ 소고치과병원의 내부 컨퍼런스 (ⓒ民医連)

환자가 아니라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재택진료의 하나의 필요성

이이지마 선생은 재택진료가 단순히 복지의 한 면일 뿐만 아니라 대상자가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게 사회적으로 함께 협력해 나가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혼자 사는 노인분들, 그리고 입원 환자분들 중에 구강문제를 염려하는 분들이 많다. 단순히 갑갑하거나 아프기 때문이 아니었다. 음식도 제대로 못 먹는 경우도 많지만, 식사 후 양치를 못하는 시간이 오래 누적되면 그로 인한 구취는 매우 심각해진다.

그 때문에 가족들이 면회를 거부하거나 방문을 꺼린다. 몸이 아픈 것 보다는 소외가 더욱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치과치료 내지는 관리를 원하는 것이었다“

이이지마 선생은 재택진료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괄적인 돌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들었다.

“재택진료를 나가 환자를 검진하다 보면 자연히 그의 생활환경이나 조건을 알게 되고, 구강 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문제도 발견하기 쉽다. 이를 가지고 Care manager와 상의해 그에게 필요한 의료기관을 연결시켜 주거나, 가족들에게 대상자가 현재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알리고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

특히, 도쿄의 경우 독거노인이 다른 지역보다 많기도 하고, 그런 분들 중에는 체력이 없어서 집 안에서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분들도 있다. 게다가 구강상태가 좋지 못하면 영양 상태도 나빠지고 폐질환 이라던지 다른 질병으로까지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이지마 선생은 재택진료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수행할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그리고 Case Worker 수의 부족을 아쉬운 점으로 들었다.

▲ 재택진료로 간 곳에서 바로 틀니 조정을 하고 있는 치과의사 (ⓒ民医連)

*지난 기사의 댓글 중, 재택진료비에서의 출장비에 대한 답변.
민의련 치과의 경우 1회 출장비가 환자 부담으로 500엔입니다. 하지만 민의련 공동조직, 토모노카이에 가입할 경우 출장비는 무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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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의 2016-08-25 09:09:00
댓글에 대한 답변도 달아주시고, 감사합니다...^^ 일본어 통역하시는 분이 계셨나요? 심도 있는 기사여서 재미있고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수가가 너무 낮다는 생각은 드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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