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없는 선수 기용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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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없는 선수 기용은 이제 그만~
  • 김준용
  • 승인 2016.08.02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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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용의 #마리한화②] 김성근 감독, 혹은 눈물의 팀 혹사 연대기
▲사진출처: 한화 이글스

이번에는 한화 이글스의 뜨거운 감자 김성근 감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시즌부터 이어져 온 김성근의 투수 ‘혹사’ 논란은 많은 분이 알고 계실 듯합니다. 사실 프로야구에서 투수의 혹사 논란이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김성근 감독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투수의 등판 시기를 어느 정도 선까지 적절하다고 해야 할지 여부도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6월 2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혹사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밝힌 바 있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이 인터뷰에서 한계를 넘어섬으로써 그 한계를 넓혀가는 것이 본인의 지론임을 밝히면서, 강팀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지금과 같은 선수들의 기용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김성근 감독의 주장은 통상적으로 인정받는 현대 야구의 투수 운영과 크게 거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현대 야구는 철저하게 ‘분업화’된 투수 운영을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선발 투수는 5명이 로테이션을 돌아가면서 4~5일 간격으로 등판하며, 투구 수는 100개 전후로 조절됩니다.

불펜의 경우 마무리 투수를 필두로 승리조와 추격조로 나누어 운영되며, 되도록 연투를 자제하고 팀 내 뎁스를 최대한 활용해 운영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오클랜드와 세인트루이스의 감독을 역임했던 명장 ‘토니 라루사’에 의해 정착된 ‘라루사리즘’이 대세가 된 이후 불펜투수들은 클로저, 셋업맨, 롱릴리프, 원포인트 릴리프 등으로 세분화돼 있고, 마무리 투수의 경우 세이브 상황에서 1이닝만 등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김성근의 야구가 많은 비판을 받는 이유는 이러한 현대 야구의 투수 운영 흐름과 완전히 배척된 투수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대야구의 불펜은 크게 승리조와 추격조로 나눠집니다. 포스트시즌과 달리 정규시즌은 팀당 144경기를 치러야 하는 대장정인 만큼,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의 선택과 집중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이기는 경기, 지는 경기 할 것 없이 승리조 투수들만을 투입하면서 그들을 혹사시켰습니다.

결국 한화의 불펜 투수들은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크게 떨어진 구위를 보여주면서 난타 당했고 박정진과 윤규진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습니다. 결과는 가을야구 진출 실패. 전 시즌 최하위를 기록했던 성적과 비교하면 6위는 분명 훌륭한 성적이지만, 불펜의 혹사만 줄였더라면 충분히 가을야구 진출도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올 시즌 김성근 감독의 투수 운용 역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우람, 심수창의 영입으로 투수진의 뎁스는 더 깊어졌지만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불펜을 총동원하는 그의 경기 운영 스타일은 작년 그대로입니다. 핵심 불펜진이 너무나도 많은 경기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권혁은 삼성에서 뛰었던 2013, 2014시즌 두 시즌 동안 소화한 총 이닝이 71이닝에 불과하지만, 올 시즌은 7월까지 무려 83.2이닝을 소화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소화한 112이닝을 합치면, 지난 2년간 195.2이닝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페이스라면 올시즌 역시 100이닝 돌파는 물론이고, 지난해 소화한 112이닝을 넘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정우람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정우람은 지난 시즌 SK에서 69경기에 등판해 총 70이닝을 소화하면서 경기당 평균 1이닝, 평균 16.5개의 투구수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38경기에 등판해 56이닝을 소화하면서, 마무리 투수 중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정우람의 경기당 소화 이닝은 1.47이닝에 달하며, 경기당 평균 투구 수도 24개로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났습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우람이 지난해 2이닝 이상 투구한 경기가 69경기 중 단 3경기에 불과했지만, 올 시즌에는 무려 15경기에 달한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마무리 투수인 정우람이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한 경우는 38번의 등판 중 단 16차례에 불과합니다. 정우람이 시즌 초반과 다르게 최근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데에는 잦은 등판과 많은 투구 수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권혁과 정우람 뿐만 아니라 송창식, 장민재, 심수창 등도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후반기가 걱정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송창식은 지난주에만 4번을 등판했고, 장민재는 불펜과 선발을 오가면서 전천후로 기용되고 있습니다. 심수창은 불펜으로 등판해서 23개를 던진 바로 다음날 선발로 등판해 89개의 공을 던졌습니다.

한화에게 2016년 시즌은 아직도 50경기 정도가 남아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운영이 지속된다면 팀은 지난해의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실패는 올 시즌 만의 실패가 아니라 다음 시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상황으로는 권혁, 정우람, 송창식, 장민재, 심수창 등이 올해 이후로도 좋은 투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혹사로 인해 사라져간 많은 투수들을 봐왔고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한화에서의 혹사로 미래가 우려되는 투수들도 여럿 보이는 상황입니다.

지난 시즌 한 주에 세 번 선발 등판이라는 ‘엽기적인’ 등판을 기록한 안영명은 올 시즌 완전히 망가진 구위를 보여주다가 결국 어깨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됐습니다. 지난해 후반기 한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주던 신인 김민우도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혹사를 당했고 올시즌 초반 5경기 등판하고 2군으로 내려간 후 전혀 소식이 없습니다.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지난 시즌을 통째로 날린 이태양은 예상보다 빠른 복귀로 인해 예전의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들로 한화를 오랜 시간 응원했던 많은 팬들은 하나같이 김성근 감독의 경질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많은 한화팬들의 바람처럼 경질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팬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감독일 수 있지만, 한화 그룹에게는 최고의 감독이기 때문입니다.

김성근 감독 부임 전 한화 이글스는 지방의 비인기 구단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 부임 후 각종 언론에 연일 오르내리면서 마리한화 신드롬을 일으켰고, 전국구 구단으로 발돋움했습니다. 특히 한화 이글스는 닐슨코리아에서 발표한 ‘2016년 전반기 프로야구 시청률 TOP5 ’를 모두 석권하는 등 전반기 평균 시청률 1.41%로 전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최하위권은 맴돌던 지방의 비인기 구단이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에 시청률 1위를 휩쓰는 최고 인기 구단이 됐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입니다. 특히 대기업의 마케팅의 일환으로 구단이 운영되는 KBO 리그를 감안할 때 한화 그룹입장에서 김성근 감독의 영입은 신의 한수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야구단 운영의 성공이라고 결론짓기는 어렵습니다. 팀의 현재와 미래를 바라본다면 김성근 감독의 영입은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깝습니다. 내일이 없는 선수 기용은 멀지 않은 미래에 분명 한화에게 부메랑처럼 큰 타격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한화팬들은 팀이 승리하는 경기보다 상식적이고 납득할만한 경기를 보고 싶습니다. 아무리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도 10점차에서 마무리 투수가 등판하는 비상식적인 운영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한화 부임 후 일관되게 투수들을 혹사시키고 있습니다.

한화 구단에서 김성근 감독을 경질시킬 가능성도, 김성근 감독이 스스로 감독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선수들이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는 내년까지 부디 잘 버텨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팀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쳐 헌신하는 한화 선수들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면서 글을 마무리할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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